기독교와 시의세계

- Christianity & Poet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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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기독교와 시의 세계’에 대해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이런 주제라면 일반적으로 기독교 관련시를 다루거나 성경의 시편을 이야기 하려나보다 라고 생각할 수 있을 테지요,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내용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성서와 관련된 시의 일반적인 성격과 의미에 대해서가 아니라 ‘왜 하나님을 표현하는데 있어 시(詩)가 필요할까?’라는 시의 언어적 기능과 하나님과의 관련성이라 할까요? 여하튼 하나님을 ‘찬양하는 글’로서의 시가 아니라 하나님에게 ‘접근하는 수단’으로써의 시를 생각해볼까 합니다. 왜 시가 유용한 수단인가 하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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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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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누구인가를 살펴보기 전에 우선 인간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를 먼저 살펴보고자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를 먼저 질문하는 것은 우선 무엇을 알고자 할 때 알고자 하는 ‘인식주체’에 대해 먼저 파악(?)하지 않고 출발하는 것은 출발부터가 근본적으로 무의한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좀 합당하지 않는 예일 수 있지만 (야생)고양이 병아리를 먹잇감으로만 인식합니다. 즉 무엇인가를 인식하려고 할 때 인식의 주체(인식론)에 대한 파악 없이는 출발부터가 어떤 프레임에 갇혀버리거든요. 그 이상의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고착성 편협성 단편성을 처음부터 전제하고 시작하는 것이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인간에 대해 나아가 진리에 대해 인류는 지구상에 인간이 탄생한 이래 지금까지 끝없이 사유하고 유추하고 서술하고 설명해 온 것 같습니다, 인간과 진리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마음, 어쩌면 이것은 인간은 인간이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존재하면서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인간밖에는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유의 분야를 소위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관념적 범주화 한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철학자를 필로소피(philosophy)라고 쓰고 ‘지혜를 사랑하는 자’로 읽습니다. 대학교수는 모두 Ph.D로 이름합니다.

철학의 범주에 종교를 포함시킬 것인가 하는 것은 물론 일반적 기준은 없을 것입니다. 종교는 철학적 범주를 넘어선다고 하거나 혹은 철학의 범주는 단순이 인간이성의 한계 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진리자체에 대한 것이라면 그 범주에 종교까지도 포함 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여하튼 인간사유의 가장 결정적인 요체, 존재본질에 대한 끝없는 사유와 추구가 철학분야 아닐까합니다. 근본적 본질적 질문이지요.

물론 사회라는 것, 삶의 고통과 어려움은 인간을 그리 편하게(?)관념적 상태에만 머물지 못하게 한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역사는 보여주고 있지만요. 그러나 그 역사도 철학적 범주 내에 있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념 가치 평등 공정... 모두 사유의 대상이었고 철학적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원하든 아니든 철학을 하지 않고는 살아낼 수 없다는 것이지요, 여하튼 우선 인간의 실체, 본질, 진리 등에 대해 아주 단편적 개인적 시각으로 출발해 봅니다,

종교적 견해(특히 인격신)를 제외하고 관념적 철학적 범주에서 결론부터 보면 인간은 스스로를 누구인지, 진리가 무엇인지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인간에 대해서는 ‘인간은 이성적 존재, 감정, 욕망, 영적... 존재이다’ 등으로 수없이 규정하고 있지만 그것은 모두 각자의 견해 일 뿐입니다. 종합적 결론에는 영원히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종합적 결론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그 인식의 범위와도 전기하였듯 연결될 것입니다. 즉 인간은 태생적으로 진리를 (이성적 관념적으로)알 수 없도록 제조(?)된 것 같아 보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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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을 기준으로 ‘인관과 진리’에 대한 역사를 개괄해 볼까요? 왜 서양이냐구요? 그것은 현실이 그렇지요, 동양적 사고의 중심이라고 보여지는 중국이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무릎을 꿇은 이후로 과학적 분야 혹은 지배력의 영향권에서도 서양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골방에서 혼자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개인적인 견해 일 뿐입니다. 다만 평화와 화합 등 인류가 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전쟁 분쟁 차별이 아니라 평등과 박애와 소통 등 이런 것들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기에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는 것은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공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진리와 인간에 대한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면 원시공동체사회에는 자연은 경외의 대상이었고 정령(?)들을 인식하기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간 의식이 깨어나면서 소위 철학이라는 것이 생겨난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것이 스토아 철학, 그리스 로마 시대로 보여집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지금도 인류의 사고는 그 영향권(헬레니즘)내에 있습니다, 그리고 ‘헤브라이즘’의 시대로 넘어 옵니다. 기독교의 하나님이 세계와 역사의 주인이 되지요. 로마가 기독교를 인정하는 것을 넘어서 국교화 할 때부터입니다(물론 이것은 성격의 역사가 아니고 일반 세계사적 시각입니다) 신의 세상, 하나님의 세상이 된 것입니다, 오로지 진리는 하나님이었지요. 성 프란체스코, 토마스아퀴나스, 교부철학, 스콜라 철학이지요.

그러다가 교회도 타락하지만 인간의 힘이 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산업혁명, 재산권의 사유화, 계몽사상... 역사를 보면 ‘논리와 가치’가 주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힘’이 지배하지요, 시민들에게 (이성적 정치적)힘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 자본이라는 이름으로, 산업이라는 이름, 상거래 무역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근대사회입니다. 그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주체가 ‘신’에게서 ‘인간’에게로 변경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신보다 인간이 먼저다, 신을 인식하는 ‘인간 주체가 먼저다’라고 사유한 이들이 많았지만요. 인간이 전면으로 나선 사건이 모두가 아시다시피 합리주의, 인간 이성에 근간하는 합리주의의 시작과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 I think, therefore I exist) ”라는 데카르트의 선언이었습니다. 이 말은 세계사적 혁명이었지요, 생각하는 인간이 된 것입니다. 그 이전에는 생각은 신이 하는 것이지 인간이 생각을 하는 것은 범죄(?)행위였지요. 역사의 주인이 합리, 이성이라는 이름의 인간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또 어떤가요? ‘인식의 주체’인 인간에 대해 연구가 일어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그 인식의 주체인 인간의 정체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인간이라는 실체가 잡히지 않은 것입니다, 이성적 존재라구요? 이성이란 것도 규정하기 어렵고 합리라는 것도 기준이 없을 뿐더러 인간자체가 동일하거나 영속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지요, 그것이 무의식(비의식)으로 출발하는 프로이드의 인간발견에서부터 시작하여 합니다. 니체, 마르크스...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도대체 왜 이런지 몰라” 인간은 스스로를 알 수가 없습니다. 결국 현대철학에 와서는 해체주의가 나타나지요. 구조주의, 해체주이 데리다, 라캉, 하버마스... 아마도 결론적으로 가장 지혜로운 인간들이 내린 결론은 ‘인간은 알 수 없다’같습니다 . 당연히 신도 알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열어 놔 버린 것입니다. 어떤 결론으로 닫지않고 열린 것, 때문에 ‘규정’하고 않고 ‘서술’하지요. “인간은 ...동물이다” 하지 않습니다. 사랑을 정의 할 때 ‘눈물의 씨앗’이라 하지않고 ‘사랑보다 더 슬픈게 정’이라고 비교수준에서 끝냅니다.

현대미술도 보여주는 선에서 끝나지 계몽하지 않습니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가르킬 때 계몽하려고 합니다. 옛날에는...으로부터 시작하면, 그리고 ‘사람은 이래야한다’ 이렇게 가면 지금은 바로 꼰대 취급을 받습니다, 열린 세상인데 갇힌, 닫힌 세상을 이야기하지요. 뭐 그렇다고 아주 기본적인 기준조차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한용운 선생의 시에 ‘알 수 없어요’가 있습니다. 고요히 떨어지는 저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인가요... 인간과 진리에 대해서는 결국 ‘알 수 없어요’가 결론 같습니다. ‘오직 모를 뿐’, 안다고 하지 말자. 열여놓자는 것이지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인간을 보는 시각에 대해 하나 더 서술해보자고 합니다. 동양적 인간관과 서양적 인관관의 성향에 대한 대비입니다. 이유는 그것이 동서양을 갈라놓은 이유라고도 보여집니다. 서양의 인간관은 스피노자에서부터 시작하여 ‘욕망하는 인간’입니다. 인간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지요 그런데 동양의 인간관은 가치적 인간, 규범적 인간을 상정하는 것 같습니다. 하늘이 어떻고 천지인이 어떻고 하면서 말입니다. 하늘을 거스리는 자(順天者 存하고 逆天者 亡한다)등등.. 이러다가 전기 하였듯 동양은 서양에게 아편전쟁에서 철저히 패배하든요. 자성하지 않을 수 없지요. 무엇이 잘못되었나? 서양은 ‘인간은 원래 이렇다’라고 그렇게 인정하고 출발하기 때문에 출발이 가능하지만 동양은 ‘어찌 인간이 그래...’라고 출발하면 출발이 안됩니다. 서양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출발하는 열린사고 인데 동양은 가치와 규범을 먼저 전제하기에 닫힌 사고라 할 수 있겠습니다.

2. 시와 시인

그러면 시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또 나아가서 시인은 누구일까요? 일반적 의미부터 살펴봅니다.

논어에서 ‘불학시 무이언(不學詩 無以言, 論語 ｢季氏｣), 시를 공부하지 않고는 말할 것이 없다. ‘시삼백 사무사(詩三百 思無邪)’ 시에는 사특함이 없다. 그 사람됨이 언사나 얼굴빛이 온유 하고 성정이 돈후함은 詩經(시경)의 가르침의 효과이며(疏通知遠書敎也)... 라 하고 있고, 영국의 매슈 아널드는 “시는 인간의 가장 완벽한 발언” 이다 라고 하고 있습니다. 사서삼경에도 시경(詩經)이 있는 것은 다 아는 내용이지요. 이전에 우리의 선조들은 과거를 볼 때 시제를 내었습니다. 그리고 학자라면 일상적으로 시를 지었습니다.

고려 무신정권시절 ‘동국여지승람’의 저자 이규보(광세의 문인인가, 시대의 아부꾼인가)는 ‘영중정월’이라는 시를 썼습니다.

詠中井月(영중정월), 이규보(李奎報)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幷汲一甁中(병급일병중)/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산사의 스님이 달빛을 사랑하여 우물에 비친 달도 물과 함께 길었다네. 산사에 도착하여 깨닫기를 항아리 기울여도 달 없음을...

‘색즉시공 공즉시색(空卽是色)’ 스님이 달밤에 달빛을 탐하는 것도 색이라는 것이고 그런 욕망(색) 또한 원래 빈 것(공)이라는 말같습니다. 어찌되었건 좋은 시로 보여집니다. 이전시대에는 학자들이 시를 쓰는 것은 이렇게 어쩌면 일상이었지요.

그럼 또 시인은 누구일까요?

‘경험의 시학’에서 유종호님의 말을 빌려본다면 “시인은 제1 언어와의 사랑놀이를 평생토록 지속하는 사람이다, 그때그때의 낱말선택에서 딴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유일자를 찾아내야 하는 시인은 개개 낱말에 대한 낭만적 사랑을 평생 고질로 않고 있는 사람이다. 시를 쓰고 읽는 것은 각박한 터전에서의 귀양살이라는 삶에 대한 실존적 자각을 간직한 채 예술향수의 시간에... 그런 만큼 귀양살이의 상심도 덜어진다”고 시인과 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시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것에도 우려의 눈길을 보냅니다. “글자 한자의 차이에서 세계가 명멸한다고 느꼈던 옛사람의 엄격성은 이제 우리의 것이 아니다. 시인이 많고 좋은 시도 많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시가 많다는 것은 시 앞에서 두려움과 외경을 느끼지 못하는 현상의 반영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시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이만큼 하구요, 이글에서 하고 싶은 말을 나름대로 적어 봅니다. 물론 이런 글도 또한 두려움과 외경을 느끼지 못하는 얕은 시도가 아닐까 우려하면서 말입니다.

시라는 것을 쓰기 시작하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말은 ‘시는 존재(Being,存在,Sein)의 언어다’ 라는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시에 대한 정의와 서술이었습니다. 이것은 곧 언어의 한계 앞에 선 시인의 고백이기도 할 것이며 존재의 의미와 언의의 의미 그리고 왜 시가 가장 고급문학인가를 설명하는 의미로도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구조주의(Structuralism,構造主義)’적 시각은 사물의 의미는 개별로서가 아니라 전체 체계 안에서 다른 사물들과의 관계에 따라 규정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인간은 언어에 갇혔다는 것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그 감옥에 갇힌 인간이 느끼는 절망과 한숨은 늘 무의식적으로 삶과 의식을 누르고 있는 것이지요.

왜 사람들이 시를 좋아하고 시를 쓸까요. 그것은 자신이 갇혀있는 줄도 모르는 감옥에서 시가 자유를 향한 가냘픈 어슴프레한 빛으로 다가오기 때문 아닐까요? “말도 내 맘대로 못해”가 아니라 ‘생각도 내 맘대로 못하는’ 언어가 인간에게 부여한 숙명적, 구조적 삶에서 인간은 언어 내에서 생각하고 언어 내에서 꿈을 꾸고 언어 내에서 의사를 전달하다가 그 언어라는 것이 얼마나 미약하고 취약하고 위험하고 불완전한지를 사실은 문득 깨닫고는 말입니다.

논리적 이성적 언어라면 판결문보다 더 나은 것이 없겠지요. 시인은 판결문을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낄까요? 메마른 세상을 재단하고 규율하고 구별짓고 판단하는,,, 이해관계가 얽힌 새상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그것은 이익과 본능과 이해와 이기적 욕망세상에서의 언어 입니다. 이런 세상이라면 시를 쓰고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의 세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이런 세상만 존재한다면 어찌 사람사는 세상이라 할까요?

만일 시인이라면(우리 모두 누구나 시인일 수 있겠지만) 판결문을 보면서 비록 승소 했다고 하더라도 만족만할까요? 승소를 해도 패소한 사람에 대한 연민 같은 것도 있을 수 있으며, 이런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 자신이 좀 슬퍼질 때가 있지 않을까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왜 이래야만 하나?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언제나 승소하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시가 ‘존재의 언어’라는 말은 각박한 세상에서 시는 서정적 언어, 따스한 언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시는 승소와 패소를 떠나 감정의 차원 이해의 차원 그리고 드디어 언어의 감옥을 벗어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가장 의미있는 수단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존재의 언어’라는 의미겠지요(“나의 언의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다” 비트겐슈타인,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 시는 판결문에 적합하지 않는 어쩌면 판결문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언어라는 말이지요.

3. 기독교와 시의 세계

조금 더 나아가 봅니다. ‘기독교와 시의 세계’로 말입니다. ‘기독교와 시의 세계’를 말하면 당장 떠오르는 것이 전기하였듯 기독교 시 혹은 성경의 시편일 테지요. 기독교 관련시 한편과 시편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올려 봅니다

윤동주 ‘십자가’

쫓아오던 햇빛인데/지금 교회당 꼭대기/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첨탑이 저렇게 높은데/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괴로웠던 사나이,/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십자가가 허락된다면//모가지를 드리우고/꽃처럼 피어나는 피를/어두워가는 하늘 밑에/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시편’의 기본에 있는 것은 인간 고뇌의 묘사와 호소이며, 그에 대한 신의 구원 행위의 보고와 구원을 행하는 은혜의 신의 묘사가 칭송된다. 이 기도가 『시편』의 근저를 흐르고 있다. 이 시편들의 큰 주제는 오직 하나 ‘하나님을 향한 찬양과 경배의 고백’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시인들의 살아 있고 생생한 영혼의 울림과 탁월한 영감들로 말이다. 시편은 성경문학의 백미(白眉)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참된 영혼의 찬양이요 신앙 고백서라 할 수 있다. (라이프성경사전, 2006. 8. 15., 생명의말씀사)

공감가고, 도움되고... 그러나 여기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하면 어쩌면 그것은 또 다른 구조주의가 될테니까요. 여기서 하고자하는 말은 ‘절대적 존재에 대한 보편적 그리움의 언어’로서의 시의 기능입니다.

우선 ‘하나님은 누구?’이고 ‘예수님은 누구?’인가요, 성경에서는 하나님과 예수님을 지상의 언어(?)로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나 살펴봅니다. 즉 하나님을 표현하는 글이나 말을 살펴봅니다. 그러기 전에 우선 말과 글의 기능부터 생각해 봐야합니다. 만일 말의 기능과 한계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면 하나님을 말로 표현되었다 하더라도 그 표현자체의 의미가 벌써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내심의 의사를 글과 말로 표현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주 불완전 합니다. “너 잘났다”고 할 때 잘났다고 말은하고 있지만 사실은 비아냥거리는 표현일 수도 있지요, “당신 사랑해”라고 하면, ‘이 사람이 뭘 잘못 먹었나?’ 로 인식되기도 합니요, 그것은 왜 일까요? 그리고 ‘사랑’이라는 단어 ‘잘났다’는 단어도 그렇습니다. 사랑은 그 의미가 다양하지요. 그리고 절대로 영속적이지도 않습니다. 잘났다는 것도 기준이 바뀌면 못난 것일 수도 있구요, 언어의 의미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상의 언어로서는 현재의 느낌을 도저히 표현해 낼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외국인을 만나서 의사를 전달하고 싶은데 말을 몰라 쩔쩔맬 때와 같은 심정이라고 할까요.

하나님에 대한 표현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나님은 논리이전, 사유이전, 이성이전, 언어이전인데 그 하나님을 ‘사유의 한계’ ‘언의의 굴레속’으로 끌고 왔을 때의 하나님에 대한 이해도라고나 할까요? 영중정월에서 호수에 잠긴 달을 길어 왔는데 절간에 와서 항아리 기울여 봐도 달은 없더라는 스님의 심정과 같지 않을까요. 물에 비친 달을 항아리에 담을 수 없듯이 하나님의 존재성을 언어에 담을 수 없다면 그때 느끼는 그 황망함 같은 것 말입니다.

“누가 손바닥으로 바닷물을 헤아렸으며 뼘으로 하늘을 쟀으며 땅의 티끌을 되에 담아 보았으며 접시 저울로 산들을, 막대 저울로 언덕들을 달아 보았으랴. 누가 여호와의 영을 지도하였으며 그의 모사가 되어 그를 가르쳤으랴. 그가 누구와 더불어 의논하셨으며 누가 그를 교훈하였으며 그에게 정의의 길로 가르쳤으며 지식을 가르쳤으며 통달의 도를 보여 주었느냐.”(이사야40장 12-14절)

물론 성경에서는 하나님에 대해 수없이 많이 기술되고 있지요. 그러나 이런 점에 한번 착안에 봅니다. 왜 예수님이 비유로 말씀하셨을까. 예수님의 말씀은 거의 비유입니다. 물론 비유로 말씀하신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하시고 성경학자들이 그에 대해 부연설명도 합니다만 여기서는 그 이유가 언어의 한계 때문이 아닐까 한번 짐작해 보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 '왜 저희에게 비유로 말씀을 하십니까?'하고 물었다(마태복음 13장 10절)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다. 대답하여 가라사대 천국의 비밀을 아는 것이 너희에게는 허락 되었으나 저희에게는 아니되었나니 그러므로 내가 저희에게 비유로 말하기는 저희가 보아도 보지 못하며 들어도 듣지 못하며 깨닫지 못함이니라,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천지의 주재이신 아버지여 이것을 지혜롭고 슬기 있는 자들에게는 숨기시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나타내심을 감사하나이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가서 이 백성에게 이르기를 너희가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할 것이요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리라 하여 이 백성의 마음을 둔하게 하며 그들의 귀가 막히고 그들의 눈이 감기게 하라 염려하건대 그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닫고 다시 돌아와 고침을 받을까 하노라 하시기로”

이런 유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성격에 기록된 하나님과 예수님의 이름과 정체성에 대해 한번 살펴보지요.

4. 하나님의 이름과 정체성

하나님의 이름은 HWHY(여호와,야훼)입니다, 그 의미는 ‘나는 있는 나다’라는 뜻이랍니다. 그리고 원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합니다. 셈족 BC 300경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지 않기로 약속합니다. 물론 이는 거룩한 지존자의 칭호이므로 함부로 발언할 수 없도록 금지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요. 이것을 보면서 노자의 도덕경 1장을 떠 올려 봅니다. ‘도가도는 비상도와 명가명은 비상명(非常名)’이라. 이름을 붙이면 이미 그 이름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이를 결국 또 언어의 한계성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야훼라는 의미는 숨소리를 의미한다고 어느날 설교시간에 목사님에게서 들은 기억이 납니다. 부르기는 해야 되겠지만 부를 수 없으니 호흡, 곧 ‘생명이 들락거리는 문’으로 부른 것이라고 말입니다. 절재적 존재에 대한 실체를 의미상으로 부를 수는 없지만 또 부르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언어 앞에 선 인간의 근원적 비극같습니다. 사실 ‘철수야’ ‘영희야’는 그냥 이름일 뿐이지요. 그게 소쉬르(Saussure,Ferdinand De)나 라캉(Lacan,Jacques)의 이야기 아닌가요. “개는 짓지 않는다”는 것요. 이름은 상대적인 것요, 구분 짓기 위해서 그저 의미 없이 붙여 논 명칭일 뿐인 것요. 지난 호에 ‘영혼의 정체성’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한 것 같습니다만...

우선 나는 누구이고? 하나님은 누구인가요? 인간과 하나님의 정체성을 우선 살펴보지요, 성경에서는 인간은 하나님이 만드신 피조물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스스로 존재하는 자’(I am who I am)입니다. 이정도만 해도 쉽게 사고의 한계성 언어의 한계성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스스로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지혜와 지식과 사유의 한계 내에서는 말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지식이나 지혜는 사실상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이지요.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모른다는 것은 노자의 말이기도 하지만 상식 같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 기껏 안 것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요’ ‘믿음’이 ‘앎’과 다른 것은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것 아닐까요? 지성에서 영성으로 말입니다

그러면 예수는 누구일까요, 예수는 그리스도요, 기름부은 자, 택한 자요...

이사야서 9장 6절에서 장차오실 메시야 예수에 대해 기묘(奇妙)자,모사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기묘자는 히브리어로 ‘펠레’라고 한답니다, 성경해석에 보니 그 의미는 “인간의 이성과 지혜 상상과 감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분, 섭리를 수행하는 분”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한자 천자문을 배우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하늘 천(天) 따 지(地) 검을 현(玄) 누루 황(黃)”으로 시작됩니다. 천자문도 대단 한 것 같습니다. 먼저 가르치는 것이 하늘과 땅이니까요. 하늘을 제일 먼저 알아야 한다는 의미 아닐까요? 그런데 그 하늘을 서술하는 말이 좀 이상합니다. 땅이 누렇다는 것은 알겠는데 ‘하늘이 검다’라는 표현은 어떤 의미일까요? 저자가 밤하늘을 바라보았기 때문인가요? 왜 하필 밤에요? 그러면 별들이 보여서 검지는 않았을 텐데요. 여기서 검다는 표현은 검은 것이 아니라 ‘어슴푸레하다’라는 의미랍니다. 어슴푸레, 우리가 새벽에 깨어나거나 저녁 어둠이 내려앉을 때 다소 묘한 느낌을 받지 않나요? 어둑어둑해지는 거리 말입니다. 산그늘 길게 늘이고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때요, 하늘빛이 묘하지요? 그야말로 묘(妙)합니다. 하늘빛이 석양빛으로 물들다 다시 조금씩 더 어두워지면서 어둑어둑해지죠, 여명이 밝아 올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묘한 기분을 느낌니다. 그래서 영화는 이런 분위기를 자주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전투장면은 대낮이 아니라 늘 새벽이나 황혼입니다. 이런 어둑어둑해진 상태가 현(玄)이라는 것입니다. 현묘(玄妙)함이요, 곧 기묘함이지요. 해서 기묘자라는 의미를 현묘라고 번역하는 것은 어떨지요?,

천지현황(天地玄黃)에서 천(天)은 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뭇 생명과 가치와 이름이 탄생하는 카오스 상태의 현묘한 어둠을 의미하며 이를 노자의 玄牝之門(현빈지문)의 ’어둠’이랍니다. 이에 관련한 시 한편을 볼까요 전봉건의 시 ‘입맞춤’입니다. 새 생명, 새 질서는 카오스의 상태를 거친답니다

‘입맞춤’

우주의/한 뼘이/숨막히는/어둠으로/메워진다.//모든 꽃이 숨 막히는 어둠/모든 새가 숨 막히는 어둠/모든 바람과 모든 물보라도/숨 막히는 어둠으로 메워진다// 두 개의 입술이/하나로 포개졌다.―전봉건(1928~1988)/[출처] 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결과적으로 무슨 얘기인가요? 하나님(예수님)의 실체 내지는 정체는 지상의 언어로 서술되거나 표현될 수 없다. 그러나 표현하지 않을 수는 없고 그러기 위해서 가장 근접하고 유용한 수단이 시(詩)다. 이것이 ‘기독교와 시의 세계’ 관계성에 대해 나름 정리해 본 내용입니다. 예수님이 비유로 말씀하신 그 비유와 은유와 상징성이 시의 주요 기능이요 수단이라는 말씀 말이지요. 물론 시의 의미설정에 있어서 두려움과 외경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한번 생각해 봤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