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조건- 

요즘 '연애의 맛' 이란 프로가 검색의 순위를 지킨다. 동 시간대 시청률 1위 ‘우리가 잊고 지냈던’이란 서술형 부사가 붙었다. 잊었던 감정의 반추라 할까 혹은 잃었던 삶의 의미라 할까. 

이필모.서수연커플의 리얼감정이 까마득한 기억들, 누구나의 감성 풀을 새삼 자아내게 한다.

두 연인(?)간에 서로의 맘을 확인해가며 통제할 수 없는 감정들을 눈물의 몸짓으로 표현한다.

"이번 생은 이렇게 마무리 하는 것으로~" 필모란 친구가 여친의 사랑고백에 대해 내뱉는 말이다. 이문세의 '소녀'란 노래로 엮어내는 여친의 진심과 눈물을 늦가을 밤바다에서 보고 들으며 그 또한 화답하는 노래를 눈물섞어 화응(Response)한다.

그 노랫말 중 "내가 태어난 이유를 알게 됐다고, 널 만나 사랑하는 것이 그 이유였다"고. 이번 생은 너 하나 만난 것으로 감사하고 더 이상 바라지 않겠다고, '시월의 어느 날' 노랫가사가 그랬다.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없어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더 이상 바램이 죄가 될 것같은 만남이 이루어 질 수만 있다면, 그렇게 과분하고 주체할 수 없는 행복에 그 잔이 흘러 넘칠까바 겸손히 부르는 감사와 행복의 메세지를 노래할 수 있다면... 처음에는 이렇게들 시작될 수 있겠다. 

한 생이 아름답고 감사할 수 있는 것, 그 조건은 뭘까?  

한 세상 행복했었다고 나름 말할 수 있는 조건은 뭘까? 행복! 그것은 극히 주관적 감정이다. '어린 왕자'가 별들을 여행하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자존적 학자, 늘 가로등만 켜고 끄는 사람... 혼자는 외로워서 사막에서는 자기의 발자국을 보려고 뒤로 걷는것이 외로움인데, 그렇다면 또 만남은 어떤가? 둘이 만나 ‘괴로운 것’보다는 혼자 ‘외로운 것’이 낫다는 것도 인간사의 고백이다.  

그녀의 편지처럼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난다"면 '잘못된 만남'은 또 무엇일가? 풋풋하게 시작되어 노을처럼 영걸어 갈 수있는 만남, 그게 꿈 속, 그림 속, 소설이나 드라마 상에서 만의 만남일수 밖에 없을까? ‘너 없이는 못살겠어서 결혼해서 너 때문에 못살겠다’는 102호 103호의 공통된 푸념과 체념 얘기가 아니라 진정 그럴 수 있다면 그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인간은 왜 그토록 자기의 짝을 찾아 헤맬까? 그건 또 생물학적 원리와 맞닿는다. 음양의 원칙은 본태적(Inborn)이다. 홀로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솔로 족들의 자기만족은 다분히 둘이 만들어 가는 본래의 행복 맛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안타까운 자기위안(Self-deception)일지도 모른다.

제우스 신은 원내 양성동물인 인간 온전체의 에너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카트(Secus)했단다. 그게 이성적 성(性)의 의미란다, 원래 상대를 안다는 것은(Yada)이며 그것은 양성이 만나야 진정한 앎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며 그것이 곧 잃었던 자아의 진정한 회복이란 의미겠다. 

자식, 재산, 직업, 건강, 그리고 가정. 인생보고서는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이런 요소들을 제시한다. 

이성간 만남을 통해서 만들어가는 가정, 그건 결국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이란 주제에 대한 명제는 이렇다. '사랑스런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지 않은 이를 사랑할 수는 없다' 결론은 사랑은 자격인 것이다. 사랑받을 자격 말이다, 사랑을 달라고 외치면 그건 곧 이기적 파괴적 집착이 된다. 비지땀을 흘리면서 일하는 농부. 밤새워 연구하는 학생, 일에 몰두하는 디자이너, 그리고 감사와 배려와 겸손과 자기관리와 성심과...이것들의 합이 사랑받을 자격이다. 사랑을 달라는 것은 무리다. 아니 달라는 요구자체가 무리다. 자연스럽게 생겨나야 하는 것이 ‘사랑학개론’이다.

그러니까 결혼식 주례가 천편일률적으로 말하는 부부의 권리와 의무, 사랑의 조건에는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의 조건’은 곧 ‘사랑받을 조건’이며, 그것은 사랑은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의무도 권리도 아니란 얘기다.

"이번 생은 이것으로 마무리 하는 것으로"란 감상이 밤바다 위로 번지는 지속적인 감사가 되기위해서는 이처럼 자격이 필요한게다. 힝복한 삶의 다섯가지 요건, 그것의 기본은 이성간의 만남에서, 그리고 그 만남을 만들어가는 자격에서 시작되는 것이겠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