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우리 

- 연과 업 그 불확실한 시간들 -

어느 인도 동자승(앙뚜)이 여섯 살 때 갑자기 한 번도 가보지 못핫 먼 티베트 마을과 사원을 정확히 기억해내기 시작했고, 지역 불교협회로부터 ‘린포체’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린포체는 전생에 큰 스님으로 살다가 못다 이룬 업 때문에 환생한 스님에게 붙이는 칭호다. 

때문에 그는 전생에 살던 티베트의 사원으로 돌아가야 할 운명이다. 하지만 중국이 점령한 티베트는 갈 수 없는 땅이 된 지 오래다. 결국 앙뚜는 린포체가  둘일 수 없다는 이유로 삭티의 사원에서 쫓겨났다. 

그의 유일한 스승이며 의사이기도 한 노승(우르)는 끝까지 그를 돌보고 모시면서 성장시켜 티벳 국경지역의 사찰까지 3000키로를 여행해 간다. 이 영화는 8년 동안 촬영하였고 처음 6살이던 동자승은 14살이 되었다. 눈빛과 감정과 자비가 자꾸만 깊어져 간다. 노스님과 어린동자, 스승과 제자의 공허하지만 충만한 동행. 끝이 보이지 않지만 놔버릴 수 없는 불안정한 삶의 여정은 계속된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Becoming Who I Was, 2016)는 문창용감독의 국내에서는 주목받지 못한 영화다. 관객수 겨우 4만, 문 감독은 열댓 번 라다크에 갔고, 한 번 가면 두세 달 머물렀다. 촬영 분량 총800시간.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2018 들꽃영화상 다큐멘터리 감독상을 비롯해 제 67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제너레이션 대상, 제 43회 시애틀 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대상 등을 수상했다. ‘삶을 뛰어넘은 영화. 마음을 뒤흔드는 아주 사랑스러운 이야기’, ‘도덕적인 서사를 가진 영화이자 우아한 지혜가 넘치는 영화’ 등 해외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스승님!

우리 마을에서는/ 별이 하늘에 있는데 왜 도시에서는/ 별이 산에 있어요?"

이 영화는 분명히 히말라야의 설산과 인도의 겨울 산을 배경으로 불교적 색체와 윤회가 주제인데 존중, 동행, 존경, 헌신, 사랑, 사명, 그리움....수십 가지  개념적 단어를 떠 올릴게 한다. 

동자승 앙뚜가 삶의 불안과 고독과 끝없이 맞서는 장면, 어머니를 떠나며 오히려 위로하는 장면... 빈 듯 채워진 듯 한 두사람(앙뚜와 우르)의 동행은 표현하기 곤란할 정도의 느낌으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의 눈을 붙들어 둔다. 

문감독과 제작진은 처음에는 티벳의 의술에 대해 다큐를 제작하려는 목적으로 우르를 만났는데 그와 동행하는 동자승 앙뚜에 대해 궁금하게 되었고 그가 린포체란 것을 알게 된 후 테마를 변경했단다. 

파란 눈의 승려 현각 스님,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오직 모를 뿐!”미국 대학생활을 청산하고 사귀던 여친도 두고 이국땅 한국에 와서 승려가 되었다. 미국에 살면서 특정한 음악만 들으면 눈물이 났단다, 한국에 와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그 노래가사는 애국가였다. 스승(숭산 스님)에게 이유를 물었다. 스승의 대답이 그렇다. “넌 전생에 독립군이었고 만주벌판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군의 총에 사살되면서 다음 생에는 강국에서 태어나게 염원을 했었 

다”고, 그는 지금 한국을 떠났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국불교계의 세속화되어가는 지랄같은(?) 추한 모습에 지쳤단다.

'잊혀 진 질문'의 저자 차동엽 신부, 어릴 적 동네 뒷산 깊은 골에서 시주하러 나온 승려가 그 댁을 찾아와서 부모들에게 말했다. “이 댁에 앞으로 큰 스님이  되실 분이 계시다”고, “우리 절로 보내줄 수 없냐고?”그는 신부가 되었다. 그리고 고 이병철 회장이 끝내 듣지 못했던 질문 수십개, “하나님 계심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의 답변서를 세상에 내어놓았다. 그 질문 또한 인연 따라 흘러가다가 그에게로 갔다. 

예수가 우물가에서 낮에 물을 길러온 사마리아 여인을 만났다.

  “...사마리아 여자 한 사람이 물을 길으러 왔으매 예수께서 물을 좀 달라 하시니...“ "네 남편을 불러 오라.여자가 대답하여 가로되, 나는 남편이 없나이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네가 남편이 없다 하는 말이 옳도다.내가 남편이 다섯이 있었으나 지금 있는 자는 네 남편이 아니니.." "(요17-18).  

연(緣)과 업(業),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니, 보이지 않는 것으로 말미암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