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 영원회귀로의 몸짓 - 

이창동 감독이 8년의 침묵 끝에 내놓은 영화, 무라야마 하루키의 원작 '헛간을 태우다'를 각색, 유아인(종수), 전종서(해미), 스티븐 연(벤) 주연.

이 감독의 영화 '밀양'의 잔상은 몇 년간 남았었다.  기독교에 던지는 근본적 질문.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어찌 하나님이 먼저 용서할 수 있느냐"고, 왜 자신의 아이를 유괴 살해한 범인이 저리 행복하게 할렐루야를 외칠 수 있느냐고? 무너지는 전도연의 절규는 '신앙이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도전적 질문을 하고 있었다. 

<영화소개: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는 배달을 갔다가 어릴 적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서 아프리카 여행을 간 동안 자기가 키우는 고양 이를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여행에서 돌아온 해미는 아프리카에서 만난 벤(스티븐 연)이라는 정체불명의 남자를 종수에게 소개한다. 어느 날 벤은 해미와 함께 종수의

집으로 찾아와 자신의 비밀스러운 취미에 대해 고백한다. 그때부터 종수는 무서운 예감에 사로잡히게 되는데...(톱스타 뉴스 박한울기자)>

'버닝', 그건 태워버린다는 뜻이다. 원작처럼 헛간이든 본 영화처럼 낡은 비닐하우스 든,여주인공 전종서는 아프리카로 떠나서 석양을 보는 것, 그리고 원주민들과 함께 춤을 춰 보는 것이 꿈이다. 그것은 원시 사회로의 회기열망이다. 삶에 지치고 눌린 도시 뒷골목 젊은이가 가지는 태고의 원시사회로의 그리움이다. 그녀가 종수의 고향, 대남방송이 종일 들려오는 파주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스몰(Small)과 그레이트(Great)원시 무희를 추는 것 또한 현실의 삶을 벗어나고자 하는 존재론적 열망이다. 손을 아래로 추는

춤은 현실세계에 대한 갈증을 의미하며, 위로 향하고 추는 춤은 실존적 갈증을 의미한단다. 해미가 옷을 벗고 원시상태의 나신이 되어 석양을 향해 손으로 만들어 내는 새의 형상은 곧 그러한 염원과 열망을 형상화하는 것이리라.

본 영화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수많은 주제를 던지고 있는 듯하지만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허구성(?)에 대한 강렬한 도전이 주제인 것으로 보인다. 잔혹성을 숨긴 사회구조,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세계, 그리고 무지렁이 서민하나 쯤이야 불장난의 대상으로 보는 특귄 층의 자존의식 등...(이창동 감독의 말을 빌리면 “젊은이 들이 요즘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이나 자기 삶에 대한 생각이 아마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런 의도로 만들어지 영화“) 

'태워버린다(버닝)'고 싶은 것은 자본사회가 만들어낸 허상이나 망상처럼 보인다. 태워버려도 아무도 모를 하찮은 인간들을 ‘밴’은 자신의 권태를 탈피 하기 위한 희화적사건으로 가볍게 의미없이 행한다. 이런 사이코패스적 행위를 통해 그는 자신의 권태를 죽인다. 그는 직업도 없이 포르쉐를 타고 다니는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미스터리다. 그는 아마도 모든 것 가진 기득권자들의 그림자이리라, “젊은이들의 최후 수단이 부모에게 의지하는 것”이란 극중 대사는 부모의 재산이 아니면 이제 성공은 불가능하다는 현대의 절망을 담고 있는 듯하다. 하기야 강남집값 평균 10억은 젊은이가 스스로는 이루어 낼 수 없는 꿈이다. 

영화는 이러한 현대의 미스터리 한 절망을 종수가 밴을 자신의 내의까지 벗어 함께 태워버림으로서 뭔가 허구사회에 대한 강한 도전을 해대고 있는 듯 하다. 

나름 종수는 알바를 하며 삶의 뒷전에 밀려나 있으면서도 성실하게 살아갈 의지를 지녔었고 우연히 만난 해미와의 사랑이 그의 새로운 삶을 열고 있었는데..  

분노조절장애와 자존감을 주인으로 섬기고사는 아버지, 수십년만에 만난 아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어머니, 이런 불우함속에서도 사회의 틀에서 밀려난  해미와 새로운 출발 혹은 작은 하나의 행복의 희망마저도 정체 불명확한 밴에게는 가지고 놀다 태워버려도 되는 장난감처럼 생각되는 사회, 눌리고 치여서도 끝없이 되살아나려는 자기극복적 의지나 그 속에서 만들어 지는 작은 행복까지도 태워버리는 현대사회의 그 미스터리 한 거대한 짓눌림의 무게를 종수는 태워버리고 싶었던 것 아니었을까?  

핍박받고 소외되었으나 끈질긴 생명력으로 되살아나려는 인간의 의지, 그리고 동일한 인간이었음에도 놀이개 감 쯤으로 보는 사회적 의식을 태워버리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버닝은 또 예년의 그의 영화처럼 질문을 쏟아 놓고만 있다. 종교의 의미에 도전하다 후기 산업사회의 허구에 또 도전하는 듯한... 모더니즘은 설명하지 않는다. 보여줄 뿐, 모더니즘은 의식화 하려 하지 않는다, 보여줄 뿐! 그것은 설명 혹은 의식화가 의미없는 오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게다. 이 영화에 대한 감독의 설명 또한 그렇다. 

사실 영화의 감상도 그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내려고 하는 것 자체가 반 모더니즘적이다. 모더니즘은 그저 느끼는 것, 판토마임처럼. 하루 한번쯤 남산타워에 간접적으로 반사되어 들어오는 햇살, 그것도 행운이 있어야 잠시 만난다는 해미의 삶처럼 이 지독한 갈증과 중압감 속에서, 후기산업사회에 눌러버린 인간성, 누구나의 것일 수 있는 실존적 그리움까지도 약탈하는 세태, 원래 고발은 또 다른 희망으로의 몸짓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