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 그 남자 그 여자 -

존엄사 논란을 일으킨 책, 그리고 영상화,

원작이 세인의 관심을 받고, 이어 검정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영상화되는 패턴이 대세같다.

가장 화려하던 시절, 한 순간에 절망으로 빠져버린 한 남자(Samuel Claflin),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가볍고 쾌활하고 헌신적인 촌뜨기 여인(Emilia Clarke), 두 사람의 사회적 배경은 극적으로 대비된다. 만능 스포츠맨에 유명한 M&A 사업가, 사고로 뇌를 제외한 모든 신경이 끊어져버리기 전까지는 대저택과 성(城)을 소유한 중세시대 영주를 상징하는 신분의 그 남자.

그리고 따스한 생일선물까지 준비하는 할아버지를 포함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그녀, 삶을 비관하지도 우울해하지도 않는다. 한순간도 사라지지 않는 미소와 웃음은 어지간한 삶의 고민쯤은 덮어버리기에 충분하다. 그녀는 생계유지를 위해 거부할 수 없고, 그 남자는 '살아있음'이 부정될 수 없어, 완전히 다른 길을 가던 두 사람이 운명의 안내로 만난다.

자기를 믿고 보호하고 따라주던 남친의 인내와 양보까지 끝내 뿌리치고 "난 가야돼 ~“ 의 여운을 관객들에게 맡기고, 그 남자의 절망에 희망을 한 꼭지라도 걸어보고자 함께 떠난 여행길, "아침에 눈을 뜨는 유일한 이유가 당신" 이란 그남자의 스쳐갈 바람 같은 말에 무작정 빠져버린 그녀.

꿈속에서는 늘 사지가 자유롭던 그 남자가 꿈이 깨면서 꿈같은 현실에서 절망해대던 것들과는 대조적으로, 그녀의 어쩌면 자기 의도적 가날픈 희망은 밤바람 부는 바닷가에서 6개월의 생의 마감 시간을 끝내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그 남자의 일방적 통보(?)에, 계속 이어오던 위태하던 상황은 어쩌면 아침에 깬 꿈처럼 현실적 안정을 찾는다.

여름밤 노천가든에서 고급스런 파티가 열리면 시선과 관심이 집중되었을 그 남자, 이런 파티에 얼굴에 포장된 표정으로 서빙이나 했을 그녀의 이 불안한 만남은 드디어 그렇게 안정을 찾아 간다.

잃어버린 신체 외 에는 '모든 것이 다 있는' 듯한 그와, 건강한 신체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듯한 그녀의 불안한 심인(心因)적 동거는 이런 결말로 향할 것을 예비하듯 한다. 극적 불안은 전여친과 그의 가장 친한 친구와의 결혼식에 그가 참석하는 것에서도 것 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었다.

신분의 장벽, 회복될 수 없는 육체의 장벽, 이런 불편함들을 처음부터 관객의 눈에 쥐어주고 시작되는 영화.

그러게~ 그래서 삶은 그저 '상식일 뿐, 상식선에서 이루어져야 할 뿐'인지도 모르겠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우리 속담처럼, 작가의 의도 또한 그런 것인지? 관객 또한 이 답답한 현실, 아니 운명에 동조해야만 하는 걸까?

이 영화는 존엄사가 논쟁거리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사회적 아님 운명적 신분적 차별화가 가져다주는 ‘극복될 수 없는 삶의 틀’같은 것이 주제로 다가오듯 한, 즉 우리 옛말에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주제를 풀어 놓고 있는 듯한, 삶 앞에 겸손하거나 자제되지 않으면 이탈되어버리는 우리 삶의 구조가 주제인 듯하다.

아니지~ 일상의 삶을 거부하고 새로운 세상, 다른 세상, 창조적 삶을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인간이 자신의 삶에 대한 진정한 자세라는 것을 보여주는, 아니면 두 남여의 결정에 대한 정오(正誤)는 관객의 몫이라는 것을 주제로 던지는 것일까? 이런 저런 것들이 온통 삶이다. 우리 모두는 배우일 뿐, 그리고 관객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