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 그녀의 의미 -

따지고 보면 누구나의 삶은 모두 연극 같다. 신분과 지역 시대를 막론하고...

'오베라는 남자'

참 삶이란 게 어쩌면 서러운 것이면서도 안타깝고 애틋하고, 의외의 행운이 별처럼 아니 낮잠처럼 찾아오다간 또 늦 햇살처럼 사라지기도 하는 것, 가장 황홀한 순간에 가장 극적인 슬픔이 찾아온 오베(Rolf Lassgard)의 삶도, 그리고 누구나의 삶도 하나의 꿈이고 슬픔이며 순간순간 보석같이 빛나는 추억일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최선을 다해 정직과 성실로 세상을 맛서 살아내려는 오베의 의지도, 무뚝뚝하지만 내면의 정은 가득한 아버지를 닮아 본 영화는 저변에 인본적, 사회적 신뢰를 전제로 하고 있는 듯하다. 오베의 따스한 내면과 성실, 그것은 그 드러남이 차 브랜드를 통한, 혹은 주민자치회장 자리를 놓고 벌이는 친구간의 경쟁도 한갓 하나의 에피소드화 하여 인간 적인 삶에 대한 신뢰위에 쌓여지는 '삶 놀이' 정도로 미학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전달된다.

권력의 속성, 그리고 탐욕적 세상, 누구나의 맘에 깃드는 물질적 탐욕이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늘 삶의 소재와 주제였음도 함께 전하고 있는 듯하다. 소설 원작을 영화화 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는지 아이들의 재롱, 동물과의 나눔, 이웃간 나눌 수밖에 없는 피부의 접촉, 작은 권력과 경쟁... 많은 것들이 전시장 시식코너의 맛보기처럼 어우러진다. 이렇게 전개되어 나가는 과정들이 희망 잃은 삶을 거부하려는 그의 몸부림과, 삶에서 탈출하고 싶은 그의 지속적인 의도를 비웃듯 얼굴표정 굳은 오베의 삶에 계속적으로 휩싸인다.

존재하는 세상의 모는 것들이 삶의 터전이고 피할 수 없는 햇살같은 것인데도 삶이 가져다준 실망과 좌절과 무게 때문에, 그 햇살 드는 창을 닫으려는 오베의 저항은 늘 실패하고 또 세상을 향한 어쩌면 따스한 미련들을 외면하지도 못한다. 심지어 커밍아웃 되어 소수자로 전락한 젊은이까지...

오로지 막다른 길에서 만난 아침햇살 미소 같은 그녀가 삶의 이유였고, 그리고 그녀가 가버린 삶은 무의미해져버린 그에게 세상은 모두 불편함과 불만 일색이었지만, 그리고 끝없이 그녀에게로 달려가고 싶어하지만 "죽기가 살기보다 더 어려운" 그 눅눅한 정 같은 삶은 끝내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지병인 심장병으로 어느 눈 내리던 날 밤 이웃이 그를 발견해 내기까지는.

결국 친자녀처럼 그의 삶에 들어와 버린 이웃 젊은 부부가 이 노인에게 질러대는 "혼자서는 살 수 는 없다"란 실망 같은 충고는 도망치지 못하는 우리 삶의 본성에 대한 본질을 담고 있는 듯하다. 부딪히면서 아프고 어떨 땐 상처주고 받고, 그럼에도 이탈해버릴 수는 없는 우리 '살아감' 말이다

본 영화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원작을 극화하였다. 그런데 왜 이런 ‘누구나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까? 그것은 탐욕, 누구나의 마음 밭에 섞여있는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의 표현양식인 양복입은 인간으로 대변화되는 공무원의 권위, 그리고 이런 우울하고 푸석거리는 삶에 또 하나의 인간본질일 수밖에 없는 가식 없고 진솔한 우리 이웃들의 삶이 함께 버무려지고 있음이 이유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