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

- 호랑이 그리고 한민족 -

영화는 늘 소유와 존재를 대비시킨다, 아니 대비시켜야 한다. 그것이 삶의 본질이기 때문이며 그렇게 터치해야 관객의 무의식적 공감을 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리라.

일제시대 민족의 영산 지리산에서 총포사냥으로 살아가는 생계형 포수이야기, 영상이 시작되면서 부터 희날리는 눈발은 혹독한 겨울, 아니 혹독한 일제하의 민족의 삶을 표현하고 있었다. 바닥난 쌀뒤주,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해서는 뭐라도 잡아야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뭐라도 죽여야하는 생존의 법칙은 존재적이다. 그러나 영화에는, 아니 인류역사는 늘 탐욕 혹은 과욕 혹은 지배욕으로 묘사되는 소유욕들이 뒤엉켜 왔다.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대호! 그건 민족 혼을, 일제와 대항하는 민족의 얼을 나타내고 있었다. 일본 군대 총좌의 입을 통해 서술된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지리산”이란 표현은, 그리고 마지막 남은 조선의 호랑이 포획에 집착하는 일본 군대의 끈질긴 의지는 모두 한민족의 정기까지 굴종시키고자 하는 일제의 욕망과 끝내 지켜냈던 한민족 혼을 상징하고 있었다. 지리산으로 숨어들었던 독립 저항군 포획대까지 투입시켜 대호를 잡으려는 일본 지휘관의 집착을 통해서 그리고 끝내 잡히지 않은 대호를 통해 영화는 물리적 힘에는 굴복하였지만 끝내 지켜낸 민족의 자존을 전하고 싶었으리라.

호랑이와 인간과의 교감, 그건 소유가 존재를 침범하지 않을 때 가능하다. 예쁜 색시를 얻기 위해 돈을 벌기위해 토벌대에 입단하는 열여섯 살 포수의 아들, 먹고살기 위한 총질이었지만 오발사격으로 부인을 죽여버린 나락 끝에 선 포수의 삶, 그의 마지막 존재이유였던 아들까지도 또다시 돈과 일본이라는 힘의 무게에 잃어버린 이야기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삶을 절망으로 끌고 간 이유가 되었으나 끝내 친구가 되어버린 호랑이와 함께 지리산 심연의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마지막 장면은, 그리고 지리산이 되어버리는 모습은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란 말을 여운으로 떠올리게 한다

영상이 끝나고 남는 잔상은 끝없이 흩날리는 눈발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