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포

- 도피할 수 없는 삶 -

사각 링에서 강한 맷집을 무기로, 강한 번치를 도구로 상대선수를 쓰러뜨리는 것만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인 권투선수의 영욕을 다룬 이야기. 이것 또한 어느 정도 실화에 바탕을 두었다는데...

고아원에서 자란아이, 그곳에서 만난 지혜롭고 사랑스런 여친, 그와 꾸민 가정은 35연승이란 기록이 가져다 준 부(富)로 그의 삶을 호화롭게 한다. 대 저택에서 딸 하나와 부인과 그리고 계속되는 권투시합...그러나 도전자의 시비, 더 이상 참아낼 수 없는, 부인까지 뺏어가겠다는 야유에 대한 챔피언의 분노는 극구 만류하는 부인의 외침에도 끝내 그 분노를 이겨내지 못해 난투극이 일어나고 부인이 희생되어버린다. 가장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린 복서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약으로 그 절망에 대항하던 그의 삶은 딸의 양육권까지 법원의 결정으로 빼앗겨버린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절망에서 끝내지 않기에 영화적 가치를 끌어낸다. 오로지 딸을 되찾기 위해 “아빠가 죽지 왜 엄마를 죽게했냐”며 아빠의 뺨을 수없이 때려대는 딸의 카타르시스를 통하여 영화는 하나의 희망을 찾아간다. 단 한번 실제적으로 자기를 패배시켰던 복싱 매니저를 찾아가 다시 시작되는 그의 삶, 그를 파괴시켜버린 ‘분노의 자극에 대한 조건반사적 반응’을 극복해가면서, 그리고 회피와 외면은 회복의 기회조차 뺏어가버린다는 또 하나의 밑바닥 아이들의 삶을 통하여 영화는 삶의 진실과 맞서게 하고 있었다.

결국 ‘분노의 실체’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통하여, 본인을 파괴시키고 어느 듯 챔피언이 되어있던 상대와의 타이틀매치를 끝내 승리로 이끌어 냄으로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사우스포! 왼손잡이 복서, 그것은 본능적인 분노의 폭발인 오른손 라이트 포와 대비되는 인내와 수용의 또 다른 의미로도 보인다. 결과적으로 영화적 소재가 관객의 동조를 이끌어 내려면 삶의 진실과 맞서지 않으면 어렵고, 어느 정도 사실성이 가미되어 관객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비시킬 수 있는 질문의 기회를 던져 주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