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사주는 이쁜 누나(드라마)

- 우산두개로 그린 사랑의 일기 -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건 그 사람을 가치있는 사람, 쓸모있는 사람, 소중한 사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봐주는 것. 아니 확인시켜주는 것. 그리하여 타인의 보조원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었다는 것을 알고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한 것임을 느끼게 하는 것, 타인의 시선과 욕구 사회적 규범이나 가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만들어 가게 하는 것. 그게 '사랑함'이다, 이 드라마의 주제는 바로 이것이다. 아마도...       

사랑이란 "아낌없이 오로지 한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내는 것"이 진아(손예진)의 사랑 정의다.

일반적으로 남녀 간의 사랑은 처음에는 이성적 끌림 수준으로 시작되어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허구였음을 아는 것. 그래서 사랑이란 음양조화의 잠시만의 유희였음을 것을 깨닫는 과정, 때문에 결혼은 실속을 차리는 것. 양가의 수준, 재물, 집안의 뿌리. 이딴 것을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 결혼은 그렇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그렇게 결혼은 현실일 뿐이라는 것. 그런데 이렇게 드라마가 전개되면 그건 다큐다. 다큐는 오늘도 낮동안 시청자 모두 주인공이 되어 왼종일 찍고 왔는데 또 다큐? 그러면 누가 드라마를 보남? 방송사 망하는 일이다. 그래서 극은 극적이어야, 비현실, 비사실적, 이상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세상 다 아는 것처럼 결론 내리면 참 똑똑한 것? 어른스러운 것이 될까?       

이성간의 사랑, 그게 과연 존재할까, 아니면 호르몬의 장난일 뿐 일까? 일정기간(약 2-3년)만 분비되면 고갈되는... 그래서 그 기간동안 그때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것이 사랑이란 허상일까? 아니면 정말 실체가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랑은 '그 없이는 못 살겠다'가 '그 인간 때문에 못 살겠다'로 변하는 것. 서준희가 " 누나 없이는 안 되겠다 한번만 봐주라"처럼 누구나 시작은 그리되겠다.       

'밥 누나'가 제법 긴 시간동안 시청자(아마도 젊은이, 현재 사랑중이거나 실패했거나 휴식 중이거나 혹은 질렸거나 꿈이라도 꾸고 있는)들에게 사랑을 받은 듯하다. "탈탈 틀어도 나올 것 없는 근본 없는 서준희" 한사코 결단코 기어이 밤의 끝까지라도 쫓아가 둘 사이를 갈라 놓는 엄마의 사랑은 ‘엄마로서의 사랑’이다.       

둘 간의 사랑은 안개처럼 젖듯이 와서 온통 비 속으로 걸어간 듯하다. 사랑이 짙어 갈 때도 멀어져 갈 때도 늘 비는 내리고 있었다. 사랑은 그렇게 빨강 초록 우산으로 시작되었고 그 우산을 쓰레기통에 넣어버림으로서 사랑은 끝나버리는 듯 했다.       

그렇게 사랑은 '비와 설렘'으로 와서 '비와 외로움' 끝나가고 있었다.

진아에게 준희이전의 사랑은 '일상적 그 무엇'으로 그저 삶의 과정이었었다. 한 여자를 두고 또 다른 여자를 만나던 저번 남자, 그리고 일에 매달려 사랑쯤은 악세사리로 보는 준희 이후의 남자.       

결국 그들에게 그녀는 주인이 되지 못하고 보조원이 되었을 뿐, 그녀는 늘 외로웠다. 본인도 의식하지 못할 외로움으로... 그러나 준희와 같이하는 시간만큼 은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었다. "한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는" 사랑이었을 때는 삶은 분리되지도 않고 생경하지도 않았고 저만치 홀로 가지도 않았다.       

드라마의 마지막은 다시 빨간 우산도 초록도 아닌 노란우산 이었다. 치사하게 제주도까지 우산 되찾으러 날아온 준희와의 포응으로 사랑은 그렇게 다시 시작 되고 있었다.       

밥맛도 입맛도 떨어지고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의 사랑... 그 열병같은 그림자 때문에, 가슴이 저리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해서 다른 단어를 찾아 달라던 진아 앞에 또 비와 함께 나타난 준희와의 재회로 사랑얘기는 종영되었다.       

사랑이 현실일까? 이상일까? 그건 답이 없겠다. 둘 모두가 답이다 아마도.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랑은 서로 주고받을 자격, 능력이 있는 이들 끼리의 시작이 어야 한다는 것. '사랑은 자격이다' 사랑스런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은 보상이다' 자신을 아껴주는 이를 아끼지 않을 수는 없다, ‘사랑은 노력이다’. 그것은 만들어 가는 것. 깨지기 쉬운 항아리 같은 것.       

다산이 그랬다. 인간은 주체적 동물, 자유의지를 갖는다고. 그리고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고, 사주팔자 주역 천생연분 이런 것 없다고. 그래서 사랑은 사랑 의 자격있는 이들이 만나 서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이 드라마에 중요한 주제 하나 더 있다. 누구나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 직장이든 가정이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선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 이해시키는 것, 주장하는 것이 선이라는 것을.       

영국 해리 왕자는 국민적 축복을 받으며 미국 혼혈의 이혼녀와 결혼했다. 영국민들에게 명분(?) 그런 것은 무의미다. 전장에 먼저 달러가는 왕세자라면 대마초를 하든, 나체쇼를 하든, 어린 시절 에미 잃은 그를 이해하는 것이 영국민들이다. "저 정신 없는 넘, 그럴수록 정신차려야지", 이런 소리는 안한다. 사생활이야 다소 어떻든 의무와 신의를 다하면 그들은 인정한다.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면 연하 연상 집안...그건 당사자의 몫이다.       

사랑은 자격이며, 배려며, 노력이며, 둘이서 만드는 자주와 녹색 두개의 우산으로 써가는 우산 속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