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드라마)

- 불행 견주기 -

참 잘 만들었다. 참 잘 썼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한번쯤 돌아보게 하는 드라마다. 욕망으로만 치닫는 사회 어떻게든 상대를 누르고 그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하는 사회에서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아프게 지켜내는, 그래서 사람내음 나는, 잊었던 전설을 생각나게 하는 드라마다. 박동훈, 이지안...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이 사회가 짓누르는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끝내 사람의 향기를 잃지 않는 사람. 21년동안 살면서 지난 3개월 임시직이 가장 행복했었다는 이지안(아이유)과 아저씨 박동훈(김선균), 여리지만 강한 두 사람 간에 서로의 아픔을 외면하지 못하는 깊은 인간애를 그리고 있어 공감을 끌어낸다.  

모두가 불행하다. 누가 더 불행한지 내기라도 하듯 출연역 모두가, 배역 모두가 고통을 공기처럼 마시고 산다.  

"이 건물을 지날 때 마다 회사이름을 들을 때마다 잘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건 사람을 사람으로 봐 주는 한 인간 때문“

이라는 소외인간으로 살아온 아직은 너무도 젊은 이지안 ...

사채, 폭력, 성, 권력, 명예, 자존...자본주의 구조는 인간을 피폐하게 한다. 질 들뢰즈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그건 정상적인 사람을 비정상되게 하는 구조다. 성숙되지 않은 미개한 자본주의의 현주소다. 

현대자본주의 사회. 그 구조는 돈과 권력과 힘의 구조다. 인간은 사라지고 욕망만이 남은 구조다.

그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사회, 직책과 번호가 아닌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사회. 그 구조 속에서도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관계가 되면 그건 드디어 하나의 의미가 된다. 그 구조 속에서도 대사처럼 내가 인내하는 것은 감당할 수 있으나 상대방이 나 때문에 인내하는 것을 봐 주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아직 사회든 가정이든  희망이 있다. 

아저씨 삼형제들 중 막내, 감독 폭망생, 지금은 청소부. 그와 폭망한 배우와의 관계도 나름 지저분한 욕망의 은밀하고 치졸한 인간의 이중적 심리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망가지기 싫어 희생타를 내세우는 감독들의 회피성 비겁을 ... 

'모두가 네 탓이요'의 사회라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내 탓이다'. 청년실업도 사업실패도, 직장도, 직업도...다들 모두 탈락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견뎌내고 버텨내고 이겨낸다.  

사회에서 버려진, 아직은 짧은 생이지만, 사오십을 부러워하는 이십대의 냉소적이고 침울한 아이유, 수능만점의 전도유망한 남친이 스님이 되어버리고 남은 공백을 술집 여주인으로 풀고 있는 정희, 몸은 절간으로 떠나도 아직 미련 끄트머리까지 놓지 못한 그의 남친이자 동훈의 친구, 장가가서 반품되어 돌아온 큰아들과 감독지망 폭망생 막내, 그리고 유일한 희망인 이선균을 바라보며 질긴 삶을 살아내는 모친 고두심, 모두가 '불행 내기 시합'을 하는 것 같다. 

"왜 남산은 터지지도 않는가? 혼자 죽기는 쪽팔리고.." 삶에서 기권하고 싶은데 그 출구도 없는 삼형제 막내의 여친, 감독들의 고성과 핀찬에 주눅들어 삶이 망가지고 있었으나 기실은 그녀의 연기력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영화를 망하게 한 주범인 것을 회피하려하는 감독들의 비겁한 음모라는 걸 밝히는 막내의 양심고백, 결국 모두 욕망의 피해자였다. 순수하고 순진한 것들은 그렇게 바보처럼 이리저리 밀리며 산다. 그 자긍과 오만에 금과 흠이 갈까봐 전전긍긍하면서, 비난과 욕설 비하가 곧 자신에 대한 공격과 파괴인 것으로 착각하면서. 

그것을 지적하는 것이 푸코의 시각, 들뢰즈(Gilles Deleuze)의 시각, 그 속에서 방황하는 인간을 그리는 것이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서술이다. 진보 보수 이젠 그런 가치론적 시각은 구시대의 유물이다. 더미(The me) 세대, 더더미 세대. 내가 중심이 되는, 어떤 고정된 가치도 없는 시대, 그렇다 극도의 이기주의는 절대 아니다. 감성과 개성과 욕망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서로 간 개체들로 부딛히는 사회, 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시대...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리라" 그렇게 가야하고 가고 있을게다. 아우구스티누스도 토마스 아퀴나스도 바울도 교부철학 스콜라철학의 종점은 베르그송(Bergson, Henri)의 직관과 연결된다고 본다. 우리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그 무엇을 향해 그 아련한 향수를 지고 가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