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갓

- 이중구조의 적시 그리고 파과적 반란 -

13살 소녀 릴리, 잡종개 하겐, 헝가리영화, 2014년 작

자다 일어나 티비를 본다. 아빠는 길거리에 개를 버려두고 소녀는 눈물로 그 개를 바라보고, 버려진 개(하겐)는 차를 따라 뛰다 지쳐서 서있다. 갑자기 영화 

가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 영화, 250마리의 개를 훈련시켜서 찍었단다. CG도 아니라는데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한 둘이 아니다. 맨 끝 앤딩 장면에서는 13살 여주인공의 트럼펫  

연주에 거리를 광란하던 개들이 모두 앉아서 연주를 듣는 불가사의 한(?)장면이 연출된다. 음악이 인간사회의 만국어가 아니라 뭇 생명들의 공통언어가  

되고 있었다. 하기사 식물까지도 음악을 듣는 다는데, 뱃고동소리에 흠칫 놀라는 길거리를 떠돌던 개 하겐, 신호등 색깔까지 배워가는 모습, 본 영화는 장면

하나하나가 매우 섬세하다.  

<영화소개: 13살 소녀와 그녀의 애견 하겐 간의 유대를 통해 개들에 대한 학대를 암묵적으로 비판하는 영화다. 그러나 단순 비판을 넘어 인간에 대한 개의 역습이라는 탁월 

한 발상으로 빛을 발하며, 개들의 연기는 자연스레 감정이입이 될 만큼 훌륭하다. 인간에게 복종한 뒤 쉽게 버려지는 운명을 겪는‘ 인간의 친구’ 개들이 마침내 구속을 떨치 

고자유로워지는 것을 보면 일면 통쾌하기까지 하다. 그들에게 가해지는 인간의 만행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바꿔 말할 수 있다. 자전거 타는 소녀와 그 뒤에 등장하는 개떼들 

의 압도적인 첫 장면은 일종의 프롤로그로, 이 오프닝 시퀀스가 띠는 의미론적 모호함은 인간과 개의 관계, 나아가 모든 주종관계의 가변성이라는 주제를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부다페스트에는 길거리에 버려지는 개들이 많다고 하니, 사회성 또한 강하게 띠는 작품이다. 헝가리 감독 코르넬 문드럭초의 여섯 번째 장편으로 올해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대상에 빛난다. (이수원)  

우선 제목부터가 의미심장하다. 화이트 갓(White qod), 백색 하나님이라? 백인 우월주의? 혹은 인종차별? 혹은 주종관계의 계급구조? 단순히 수직구조에

대한 비꼼이 아니라, 순박함이나 자연스러움 등이 권력구조 아니 나아가서는 힘의 지배구조에 의해 어떻게 처절하게 유린되고 짓밟히는지를 암시하고자   

만든 영화같다.  

잡종개에게는 벌금을 부과하는 정책, 그래서 유기견이 될 수밖에 없는 시작부터가 순종들의 우월감 혹은 혈통주의, 파벌 이런 사회의 구성적 허구부터 꼬 

집고 있는 듯하다. 버려진 개가 격는 존재성의 파괴, 그건 돈과 권력을 위해 자연스러움과 평화로운 일상들이 파괴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회구조, 생태구조 

라는 것을 인간사회 관객들 혹은 세상에 던지고자 하는 듯하다.  

돈의 먹이사슬에 걸려 투기견이 되고 상대 개를 죽여야만 살아날 수 있는 그 '구조'를 처절하게 고발하고 있다. 죽인 개를 바라보는 하겐의 눈빛과 표정에 

서 깊은 절망과 비애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온다.  

희생은 원치 않지만 불가피한 것이었고 그건 결국 수직 사회, 먹이사슬의 사회가 찍어 누르는 강요였던 것, 순한 개에게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통하여 악함 

과 분노의 끝을 끄집어내는 투견꾼, 그것은 적자생존의 환경, 생존경쟁의 사회에 대한 읽음이다. 이런 사회를 깨부수자는 것이 사회주의 맑스 운동 아니었 

던가? 자본에 의한 인간지배, 혹은 권력에 의한 인간지배. 

자본주의는 모두 돈으로 연결된다. 000도 추잡하게 몇억을 이곳저곳에서 받아 챙기고, 회사는 차명으로 만들어 대기업으로 부터 이권은 다 물어다 주고,  

권력을 이용하여 본인 차명회사의 떼인 돈 받아내고, 그리고 그 권력의 하수들은 비판없이 복종하고, 달콤한 설탕부스러기나 주어먹었으니 자본주의의 막 

장드라마 같다.  

미투운동도 이런 먹이사슬을 이용한 시키들에 대한 자기파괴적 절규다. 순전함에서 악을 끌어내는 사회구조. 짓밟고 누르고 그리고 그렇게 해달라고 기도 

하고 장로(?)되는 구조다. 지옥(地獄)의 옥자란 개 두 마리가 싸운다는 한자 의미다. 땅에서 개 두마리가 싸우는 것이 지옥이다.  

막스 베버의 직업소명론이 자본주의를 정당화 했다고 공격받지만 완전히 틀린 얘기도 아니다. 실천하는 분들 많다. 빌게이츠, 워렌 버핏, 마크 저커버그...  

‘부자 낙타지옥’의 논리는 부자를 공격하는 관념적 허구일수 있다. 청교도에서 직업은 신의 소명이요, 쌓여진 부는 청빈하게 사용하라는 지상명령이다. 검 

소하게 아끼며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 그렇게 쌓여진 부라면 낭비하거나 대물림하지 않는 것, 부자가 존경받을 기회(?)는 아주 많다.  

개 떼가 인간을 공격하는 장면, 개가 개의 매매상과 투견사육사 투견꾼들을 물어뜯게 하는 장면은 감독의 사회에 대한 분노의 표현 같아서 다소 애잔하다.  

왼 빰 맞으면 오른뺨 돌려대다가는 결국 이 사회에서는 뺨맞고 죽게 된다는 감독의 메시지다. 가해자에 대해 철저하게 파괴시키고 되갚아주고자 한다. 동료

개를 죽일 수 밖에 없게 한 투견사육사, 그리고 영원한 안식의 나라로 보낸다면서 쓸모없으면 안락사 시켜버리는 애견보호소장을 수백마리의 개들이 반란 

을 통하여 고발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 어쩜 카타르시스(katharsis)화 하고자 했던 것이 영화의 의도 였겠다. 

일견 소유욕은 죄악이다. 지배욕도 죄악이다. 타인을 이용하여 자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이는 죄악이다. 그건 낙타바늘 맞다.

과장은 기안서 베껴써서 윗 전에 점수따고, 학원했더니 어느 날 강사 모두 해고시켜버리고, 스스로 찾아온 사무실직원은 세 번씩 배신하고, 신앙이란 이름 

의 교만(?)으로 가면하고, 작은 권력들을 주어모아 쉬임없이 공격하고 감탄고토(甘呑苦吐)라 한다. 한번 인연이 되면 본인과 종신고용이 된 것으로 착각하 

던 소유욕의 끝에 선 사람, 곧 자아다. 

산다는 건 늘 그렇게 흘러왔다.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가지 못한 길어 대한 미련, 그것이 사는 맛? 그게 '사는 맛'이라 했다, 고통이 사는 맛인 것이 

다.  그게 그래서 삶은 슬픈 맛인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