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On body and soul)

- 소통의 필요충분조건 -

겨울이 깊어간다. 계절은 늘 반복되고 우린 누구나 그 순환의 고리위에서 나이테를 더해간다. 인류탄생 이후 끝없는 질문, 끝나지 않을 질문, 그리고  

누구나의 질문은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남여간의 사랑이 가장 빈번하게 행복의 조건으로서 예술적 문학적 소재로 이용된 것은 왜일까.  

그리고 그 사랑이란 것의 실험적 실제적 본질은 무엇일까? 여기 또 한번의 물음이 있다. 2017년 12월 개봉된 영화 중 헝가리 영화 한 편이 또다시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영화소개: “사랑을 처음 시작하는, 사랑에 빠져봤던, 사랑을 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드리밍 러브스토리”

사방이 눈으로 쌓인 숲. 잎 하나 없는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숲에 뿔도 체격도 우람한 숫사슴과 겁 먹은 눈동자를 지닌 마른 암사슴이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가 잠시  

서로 다가와서 서로의 몸에 얼굴을 기댄다. 그리고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여자의 성격은 매력적인 외모지만 결벽증이 있고  

무엇보다  무감각한 사람이다. 음악을 듣고도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이나 접촉에 힘없는 초식동물처럼 움츠러드는. 반대로 남자는 너무 많은 경험(여자 경험을

포함해서)을 해서 몸도 마음도 늙어가고 모든 것을 끊기도 결심한다. 술, 담배, 섹스도. 한쪽 팔을 못 쓰는데 미루어 짐작컨대 방탕한 생활의 후유증일 수도 있다. 남자는  

삶의 의미를 잃고 수도승처럼 살고 있다. 그런데 사슴 꿈을 꾼다. 여자도 사슴 꿈을 꾼다. 도축장에서 재무이사와 품질검사원의 직위다. 두 사람의 정체성은 남자와 여자란  

사실만큼 같은 점이 없다. 같은 꿈을 꾼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인용 http://blog.aladin.co.kr/ artofreading/9759340)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원제목 'On body and soul’을 이렇게 번역한 건 좀 아쉽다. 번역도 하나의 창작이라면 이런 번역은 원 영화의 열린 다양성을  

단세포로 축약, 아니 폐쇄시켜버리는 것 같다. 원래 제목은 꿈 얘기가 아니라' 몸의 얘기, 영혼의 얘기'라는 주제에 대한 암시를 열어 놓고있다. 여기서 '꿈  

얘기'는 단순한 동기와 소재로서만 사용되었다. 

이 영화는 결론적으로 '영혼과 육체와의 관계성', 결과적으로 니체가 말한 ‘구체성’의 얘기를 하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서양의 역사와 철학이 수없는 강을  

건너고 또 건너온 것은 현재 그들의 문화와 정치의 깊은 토양이 되고 있다. 그래서 서구는 나름 통찰성과 합리성을 갖는다. 현재의 서양사상이 이런  

뿌리깊은 사유의 실험들의 결과라고 생각되는 것에는 큰 이론이 없을 것 같다. 인간은 영화처럼 절대 둘이 동시에 같은 꿈을 꿀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이 작품이 의도하는 '하고 싶은 얘기'의 조각들이고 장식이며 소재이기 때문에, 작품의 일관된 그리고 유일한 주제를 이해하는 데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다.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 상은 최고의 상이다. 그리고 이 영화감독(일디코 에네디,헝가리)은 18년만에 다시 등장한 거장 감독이다. 여주인공(마리어  

역,알렉산드라 보드벨리)은 기성배우지만 남주인공(엔트레 역.게자 모르산)은 전혀 배우와는 관계없던 사람이다. 이런 초보를 영화에 주인공 역으로  

등장시킨 것부터가 감독의 독특함과 자존감을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생명이 스러져가는 도축장, 그것이 일상이 되어 무심히 직업인으로서만 일하는, 공사장에서 돌을 나르듯 의식없이 생명을 도축하는 도축장 사람들,  

그리고 또 나아가 단백질타령으로 고기만 찾지만 ‘인간만의 필요’를 위해 매일 수백 수천이 죽어가는 생명에 대해서는 무심한 우리사회, 이것부터가 감독이 

끄집어내어 놓고 싶어하는 주제의 하나로 보인다. 클로즈 업 된 소의 큰 눈망울이 수없이 사라지는 곳 도축장! 그러나 그것이 '외면되는 진실'이란  

메세지는  자꾸만 보여주는 온갖 감정을 품은 듯 보이는 소의 눈망울에서 나타나며 "생명에 대한 슬픔이 없이는 오래 근무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어적

면접관의 말에서도 배어나온다. 

마지막에 보이는 여 주인공의 피와 몸이 처음에 나타나는 가축의 그것과 묘한 대비를 이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연결을 통해서 감독은 어쩌면 매우  

위험하고 우울하고 치밀한 의도를 숨긴 것같다. 인간도 하나의 몸을 가진 동물에 속할 뿐이라는... 

'육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감독이 내뱉는 관객에 대한 주제이자 질문이기도하다. 몸이라는 것이 단순한 살코기인가? 왜 목숨을 던질 만큼 중요한  

것이 육체적 관계일까? 꿈에서 시작된 두 남녀간의 교류가 왜 몸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스스로 목숨, 아니 그 몸마저 버리게 만들까? 동양사상이 몸을  

죽이고 정신 영혼만을 살려놓았다면, 그리고 아폴론만을 강조하였다면 서양은 둘 모두를 취급한다. 히딩크가 옳았다. "정신력은 몸에서 나온다"고,  

정신력이 경쟁력이 아니라 몸이 경쟁력이라고, ‘정신일도하사불성’그건 아니라는 얘기다. 

영화가 서로간의 몸에 대한 탐닉의 순간을 끝으로 끝나는 것은 참으로 깔끔함을, '군더더기 없음'을 느끼게 한다. 그건 뭐 스끼다시(Tsukidashi) 이런 것  

없는 횟집의 회와 같다. 

남자가 여자의 육체적 나눔 혹은 사랑을 거부한 이유는 여자가 먼저 규정위반이란 거부의 표시를 곁들여, 커피를 들고 찾아가 오늘밤에는 잠만 자지 말고  

관계를 맺어보자는 남자의 제의를 냉담하게 거절했기 때문이다. 여자의 거절의 이유 또한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육체를 몰랐기 때문이다. 때문에  

남자는 육체없는 사랑의 공허감을 본인에게 농을 던지는 여자와의 하룻밤으로 해소하고, 그래서 다시 자신의 삶을 예전에 수많은 여자와의 의미 없는  

만남으로 되돌려버리고 결과적으로 여자의 뒤늦은 프로포즈를 차갑게 외면해버린다. 

여자의 육체적 소통에 대한 열망은 집요하다.

성 상담을 받고, 인형을 구입해서 스스로 느껴보려고 벗은 몸으로 시도도 해보고, 공원을 다니며 연인들의 애정행각도 물끄러미 눈총받으며 바라보고...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도 여자는 몸으로는 성을 느끼지 못하는 표정같다. 남자의 숨소리만 들렀지 여자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았다. 그럼에도 몸에  

탐닉하는 것, 혹은 남자가 원하는 것을 채워주려는 그 여자의 영혼만의 사랑은 끝내 가슴을 좀 아리게 한다. 여자는 성 자체를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자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수용해주는 것으로 성을 원했던 것이다. 결국 그래서 여기서도 soul과 body가 엮어진다. 

본 영화는 사랑이란' 님도 저 달을 보고 있을까?'의 은유, 그것만으로는 슬픔임을, 육체와 영혼의 관계성을, 인간도 하나의 동물임을 꾸미지 않고  

전하려하고 있다고 하면 좀 과할까? 카드순서를, 대화내용을 모두 기억하는 여주인공의 독특성과 그 이면의 나약한 섬세성은 ‘섬세와 무감’ ‘육체와 정 

신’을  대비시킴으로써 나름 인간의 또 다른 특성들을 영화적 요소로 끼워넣기도 한다. 물론 몸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소통의 문제이며 닫힌 두 자아의

열림을 향한 강력한 욕구로서 '남자의 표현하는 성'과 '여자의 포용하는 성'이 주제로 대비 된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영화에 대한 평들을 읽어본다. 

글쎄 이 영화를 '인간내면의 소통을 향한 강력한 열정의 얘기'라거나 혹은 '소통에 대한 잠재적이고 누적된 욕구'라고 묘사한 영화평론가, 심사위원, 작가의

얘기만이 이 영화에 대한 온전하 평가일까? 

영화와 시(poetry), 이런 열린 컨텐츠는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독자나 관객은 해석을 다르게 할 수도 있겠다. 연출가가 의도했던 것들이 무엇인가를 추측할

수는 있겠으나 의도하지 않은 메세지들이 또 의외로 담길 수도 있는 것이 열린 컨텐츠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것은 원래 인간 자체가 특정할 수 없는,  

정의할  수 없는 열린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때문에 늘 소통에는 불완전성이 동반되고 의외성이 삽입된다. 약품개발자들이 연구 과정에서 신약을 개발하듯,

본 영화는 그런 점에서 해석하고 접근하는, 관객 모두의 영화일 수 있는 속성을 더 많이 갖고 있다. 

감독자신의 지난 삶의 성향을 볼 때 다소 소통에 장벽이 많았던 즉 보통의 시장적 삶, 사회화 되지 못한 감독자신의 누적된 내면의 소통욕구가 '꿈(사슴)'과

'현실(도축장)'이라는 도구적 엇박자의 만남을 주제로 풀어냄으로써 출구가 마련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측면에서 관객 편에서 갖는, 혹은 느끼는 본 영화의 매력과 감상은 다를 수 있고 그것이 오히려 더 큰 감동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관객의 해석 또한  

작가의 개별성만큼이나 자기특성적 편협성을 가질 수 있다. 즉 스스로에 대한 자기해부인 것이다. 

성이라는 것, 그것이 무엇일까? 영어 어원 Sex는 ‘sesus, cut(나누다)’에서 왔고, 안다(know)는 의미는 지식적 앎이 아니라 육체의 소통(히브어로‘yada’) 

이 본질적 앎이라는 의미를 적은 적이 있다. 동물들 또한 성을 위해 대부분 목숨을 건다. 인간 종 또한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궁극적 소통은 몸인 것이다.   

즉 ,여주인공이 꿈 영혼을 통해 만난 남자와 지금까지 불통으로 살아온 과거를 목숨까지 버려가며 소통하려 한 이유는 그것은 바로 이러한 몸의 기능과  

특성때문이었다고 해석하고 싶은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의 무심한 눈망울이 비록 아직은 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더라도 잠재적  

성적소통에 대한 열망이 담겨있기에, 그런 의미라면 영화는 ‘끝나지 않은 끝남’으로 마무리 되고있다. 어쩌면 영화감독이 여자라는 사실이 이 작품의  

여주인공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한 ... 

죽어가던 여자에게 울리는 전화벨소리, 허급지급 팔을 동여매고 나가는 다급한 여주인공의 soul없는 행동에서 body의 말은 극에 달한다. 사르트르의 

대자존재(for it self)의 본질에 대한, 그 본질의 본질에 대한, 그러나 그 본질적 하나임의 근저는 몸이었고 그것의 하나의 표현인 ‘리비도(libido)’였음을,  

그래서 이 영화는'사람에 대한 솔직함'이 주제인 영화다. 

여하튼 본 영화는 꿈에 대한 잠재적 무의식의 세계와, 의식적 삶 자체에 대한 연결을 통해 그리고 그것을 육체라는, 그리고 성이라는 어쩌면 소통의  

완결판을 묶음으로서 영화적 열린 완성도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