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운전사

- 택시를 탄 현대사 -

영화의 작품성을 논할 때 사상이나 이념논쟁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즉 영화나 문화적 컨텐츠가 현 체제보호용이 되거나 반체제선전용이거나, 이런 식의 이념에 갇혀 정작 주요한 목표가 되어야 하는 인간존엄성이 소외되는 숱한 지난 사례들을 참고 한다면 말이다.

이념논쟁을 삭제한 순수한 휴메니즘 혹은 인간 내면에 대한 섬세한 감성과 본성을 소재로하는 것이 더욱 영화의 순수성과 예술성을 높이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우리 삶은 이념대립을 떠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본인이 거부한다고 해서 이념론을 피해갈 수는 없다. 그것은 물과 공기와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념논쟁은 일방적 승리가 없는 늘 얽히고 설킴이다. 원래 사회주의 내지는 공산주의는 보다 더 인본주의적 목적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따라서 바람직한 체제는 결국 끝없는 관점의 대립, 혹은 제도 보다는 운영의 문제, 힘의 배분의 문제, 구성원각자의 의식의 문제 같은것 아닐까.

광주학살의 실화를 기초로 제작된 영화, 독일기자를 도와 광주의 진실을 세계에 전한 택시운전수 이야기, 그 당시 해당기자가 직접 찍은 필림을 보여주고 기자의 눈물 섞인 인터뷰까지 첨부함으로써 영화는 사실성을 확인한다. 군부독재의 잔인한 진압과정, 그리고 당시 철저히 통제 되었던 국내언론.

물론 80년도의 광주가 꼭 진보나 보수같은 사상논쟁의 현장만은 아니었다. 군부에 맞서는 시민정신이었고 무자비한 진압에 대한 저항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 신군부는 광주사태는 간첩들과 일부 급진과격 대학생, 불온 자들이 광주로 모여들어 일으킨 폭도들의 난동이라고 줄기차게 방송을 하고 있었다. 전두환 신군부는 광주를 진압하지 못하고 전국으로 확산되면 10 26, 12 12로 이어지는 국가권력 장악시나리오가 민낯을 드러나고 결국 심판받을 것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 이후 체육관대통령, 통일주체국민회의로 이어지는 그들의 장기집권 시나리오를 저지시킨 6 29선언, 그리고 지난 촛불까지 ...우리가 아는 역사다.

민주주의의 발전은 민주라는 단어 자체가 이젠 이념을 전제로 하는 것 같아 순수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힘들지만, 민주주의는 전 국민의 관심과 참여로 발전하는 것은 분명하다. 촛불로 대표되는 국민의 염원, 촛불은 주위를 밝히기 위함이며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것이 초의 기능이다. 그러나 바람만 불면 또 쉽게 꺼쳐버리는 것이 바람 앞에 촛불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촛불들이 수십 수만 수백만 모여들면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보여주었고 세계가 봤다

택시운전수, 영화는 분명 역사를 그대로 소개하는 다큐멘트가 아니므로 과장하거나 관객에게 감정이입을 은근히 강제하거나 드라마적 요소를 과하게 가미시킬 수도 있을게다. 영화가 사실에 기반했다 하더라도 사실 그 자제는 아니다. 관객이 이 정도는 감안하고 관람해야 할 것 같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제작자의 의도가 과도하게 추구되는 컨텐츠는 또 다른 우민화의 도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전쟁이라는 것, 혁명이라는 것, 그것은 소수에 이끌린 다수가 서로 부딛힐 때 그 이끌리는 다수가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하는 구조이다. 싸워야할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참여하는 다수들 말이다. 광주에서 피해를 당한 수백의 시민들이 모두 하나같이 무슨 사상, 이념 때문있었을까? 모두가 투철한 역사의식 혁명의지가 있어서가 아니라 내 이웃, 내 친구, 내 마을이 짓밟히는 상황에서 저항한 인권보전의 기록이기도 하리라.

물론 항거의 숭고한 정신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컨텐츠들이 지난 역사를 과도하게 확대 재생산 함으로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우리에게 과거의 역사는 소중하다. 다만 그것은 현재와 미래를 위한 소재로서의 기능과 역활이 가능할 때 적용되는 말이다. 그렇지만 늘 언제나 어느 상황에서나 무슨 이유에서라도 절대로 이용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 ‘인간존엄’이다. 

(사진: 홍보 ‘스틸 컷’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