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지난 간 자리

- 그 남자의 삶의 이유 -

전쟁에 지쳐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귀환병사,

외딴섬 등대지기로 자원한다. 그 섬에서 만난 연인에게서 드디어 잃었던 삶을 찾아간다.

기대한지도 않았던 꿈같은 삶은 현실이 된다. 그러나 잇단 아이의 유산 그리고 조각배에 실려 온 아이하나. 그리고 나타난 그녀의 생모, 여기까지는 시놉시스다.

잃었던 삶을 찾은 그 남자의 앞길에 어느 날 세차게 불어 왔던 광풍처럼 걷잡을 수 없는 광풍이 또 불어온다. 그래야 영화가 되겠지만 그래야 소설이 되겠지만~

아이를 잃고 괴로워하는 생모의 모습에 죄책감을 벗어버릴 수 없어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려는 남자.

죄책감과 행복 사이의 중간 쯤에서 줄타기하던 그의 삶은 드디어 폭풍우 치는 바다로 나아간다. 등대지기의 삶이 어떠냐는 40주년 기념행사에서 “바다는 늘 고통이었다”는 소감은 그의 내면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암시한다. 죄책감도 행복도 놓을 수 없는 그에게 남은 선택은 자신을 포기하는 것 뿐,

자기의 삶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 포기하는 것 뿐, 살인죄로 끝날 그의 삶에 그녀의 사랑이 다시 덧입혀진다. 그리고 아이를 잃었던 여인의 시인 남편이 남긴 말 한마디 “증오는 영원하지만 한번의 용서는 모든 것을 덮는다”. 그래서 드디어 부부의 형량은 대폭 경감된다.

그러게~ 사랑이란 자신을 내어주는 것, 아이가 잘 자라는 것을 보는 것을 위안으로 보면서 나머지 삶을 산 부부, 대부호의 본가에서 자란 아이, 그랬겠다, 어려운 환경보다는 막대한 유산을 물려 받을 수 있는 부호의 본가로 되돌려 지는 것이 현실적인 순리겠다.

영화는 아름다운 바다의 영상미를 영화내내 제공하고 1차대전 후 꿈이 사라진 이들에게 희망은 늘 다시 되살아남을 전하고 있었다.

인간의 본성은 행복으로 향하게 되어 있는 걸, 한조각 햇살에도 봄은 올 수 있는 것을. 행복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을 나누는 것이며, 둘만의 고독한 삶에 선물로 찾아오는 아이는 축복의 꽃인 것을, 그것이 온전한 삶인 것을 영화는 여운으로 전하고 있었다.

아이를 갖고자 하는 부모들의 열망이 두드러지게 그려지는 영화, 아이가 가져다주는 행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주는 영화,

사랑이란 “결혼해 줄래” 물으면 “천번이라도 ‘예’라고 답하겠다”는 편지의 답장이며, “같이하는 시간은 끝없는 평화”라는 고백이 진실한 사랑, 그리고 행복의 실체임을 전하고 있다.

특히 그 남자, 여자의 간곡한 청에 못 이겨 아이를 되돌려 보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의 아이를 뺏은 양심과 죄책감 또한 이겨내지 못하는 그 남자의, 즉 인간의 본 모습을 통해 삶의 진정성에 다가서고 있다.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그동안 “당신은 내 삶의 이유였다”고 적어 둔 그의 마지막 편지에 아이를 뺏긴 그녀의 증오도 사랑으로 바뀐다.

그러나 ~

사랑이란 사랑스러울 때 사랑하게 되는 것, 사랑스러우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사랑이란 의무감이 아니다. 상대방이 흘린 눈물, 상대방이 넘겨준 빈자리, 상대에게서 전해오는 평화, 환희, 위로, 편안함, 쉬지 않는 미소, ‘향기로 남는 모든 것들의 총체’이다

이것들이 없으면 사랑은 없다. 사랑은 생겨나는 것이며, 전해오는 것이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봄 햇살에 퍼지는 미소가 아름다우면, 그 봄날에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이라면 사랑이지 않을 수 없다. 집요하게 파고드는 한겨울의 추위를 사랑이라고 할 순 없다.

사랑은 사랑스러워지면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해 지는 것이다. 사랑은 자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