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의 조건

- 공감능력과 스토리의 힘 -

베스트셀러 두 권을 읽었다. '나미아 잡화점의 기적'과 '라틴어 수업'. 베스트셀러의 조건은 무엇일까? 물론 베스트셀러의 조건이야 시대와 장소를 따라 다르겠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베스트의 조건은 무엇일까?

여기서 기술적 기교적인 것은 제외하자. 예를 들어 판매 순위에 오르기 위해 출판사나 저자가 본인의 책을 대량으로 구입한다거나, 출간을 목적으로 장기간의 기획투자로 출간된 기획출판이라든가, 저명한 저자의 작품이라 이미 저자의 이름값만으로도 기본적인 판매가 가능하다거나, 무차별 광고를 통해 혹은 서점의 매대를 점유하여 노출빈도를 높이는 상업적 전략이라든가...

이런 예외적인 것은 제외하고 베스트셀러의 조건을 한번 따져보자.

우선 스토리의 차이로 보인다. 비 베스트(셀러)는 스토리가 부족하다. 베스트에는 구수하고 흥미로운 그래서 그 다음이 궁금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나미아~'는 이야기 책, 즉 소설이다. 그 내용이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하면 그 다음이 궁금해지도록 구성되어있다. 책의 도입부터 서론이나 상황설명 같은 것 없이 바로 이야기로 들어간다. 빈집털이 셋이서 훔친 차로 도둑질을 해서 가는 중 차가 고장 난 얘기부터 ...그리고 곧장 미스테리로 연결된다. 이 세상의 그렇고 그런 식상한 얘기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혼용되는 미스테리, 특히 과정들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동반된다. 

마치 독자가 현장에 있는 것 같이 느끼도록 생동감있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밤하늘의 별을 독자와 저자(히가시노 게이꼬)가 같이 바라보는 듯한 섬세한 묘사. 그리고 특이한 체험을 독자 또한 책 속에서 등장안물 들과 같이 경험하는 듯하게 한다. 그렇게 독자들로 하여금  빠져들게 한다. 이 작가는 원래 추리소설로 유명해졌고 이런 류의 글을 쓰는 분이다. 공대 출신으로  어릴 적에 만화책 조차 읽지 않은 아이였다는데 본 서적만만해도 천만권이 팔렸다. 

본인처럼 글 한줄 읽기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읽히는 글을 쓰는 것이 저자의 목적이란다.

‘라틴어 수업’의 저자(한동일)는 신부다. 저자소개에서 밝히고 있지 않지만 책을 거의 다 읽을 때쯤에 부산 당감동성당 보좌신부로 지낼 때 얘기가 나온다.

저자는 2001년에 로마 유학길에 올라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에서 2004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7년 6월에 발간된 책이 48쇄를 출판했으니 1쇄를 약 천~삼천부로 보면 약 10만권정도는 판매된 것으로 보인다. 

‘라틴어 수업’은 다소 어려운 제목인데도 이 책이 대중들에게 많이 읽히는 이유는 인문학서로 삶의 본질, 가치, 의미, 진리, 존재의 의미,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등에 대한 개괄적이고 통찰적 시야를 제공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책의 제목이 보여주듯 이 책은 서강대에서 강의한 라틴어(고대 로마의 공식언어), 즉 품위있는 언어를 통한 서양언어들의 기원, 역사,  변천사 등을 서술하고 있다. 

이 책 또한 수필이나 사건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어 복잡하고 어려운 라틴어 수업내용 외에는 쉽게 읽혀지는 책이다. 저자의 가족 얘기 그리고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신부가 되라'는 성소체험을 하고 신부가 되었다거나 어릴적 찢어질 듯한 가난, 그리고 어학에 대한 남다른 취미와 열정 등...유학과정에서의 어려움 등도 기술되고 있다. 늘 그렇듯 신부들의 책은 맵고 짠맛은 적다.  산다는 건 이리저리 끄달리며  삶에 '지쳐가는 현장‘인데... 재벌 총수도 감방에서 콩밥을 먹고 전직 대통령들로 구속되는 것이 '사는 일' 인데, 거룩함과 순전함만 있어 좀 출세간적 느낌이 나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두 번째 베스트와 비 베스트의 차이는 재미와  ’공감‘같다. 

읽히는 책이 되려면 우선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감동이나 동조를 이끌어내는 공감능력이 있어야 한다. 

무슨 썰(說), 이론, 고매한 지식, 잡다한 정보...이런 것은 어쩌면 의미 없다. 독자들은 이제  책을 통해서 뭘 배우거나 알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제는 공감을 원한다. 고매한 철학? 원리? 사상?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 같이 느끼는 공감을 원한다. 유머를 원하고 감동을 원한다.저학력 공장노동자 젊은 작가가 책을 썼다. '회색인간'.. 베스트 셀러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 글을 쓴단다. 그친구 인터뷰에서 글을 쓰면서 그 글에 감동이 되어 자신도 운단다. 작가가 우니 독자도 울 수 밖에,

김훈작가의 남한산성은 70만부 팔렸단다. 영화로 제작 되었으니 백만부 이상 팔렸겠다. 즉 밀리언 셀러이다. 이것도 이야기다. 이제 자신만의 일상을 적은 수필이라는 이름의 글, 혹은 단편적 사건, 개인적 감상에 그치는 시, 이런 글들은 쓰는 사람의 놀이 일 뿐 읽히지는 않는다. '라틴어'에는 서양사의 기원이 들어 있고 '나미아'에는 추리와 환타지가 있고 '남한산성'에는 역사가 들어 있다.

'눈오는 밤 나는 회상과 애상에 젖는다'

이렇게 쓰면 그건 안 읽힌다. 눈 오는 그 밤, 몇살 때 어느 처자와 어쩔 수 없이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그 밤, 그 사연을 적어야 읽힌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군대 자대배치 받아 신병으로 가면 고참들이 침상에 누워서 신출사병을부른다. 군기 들어서 차렷자세로 서면 대뜸 묻는다. "너 애인 있어? ". 이럴 때 애인 없다하면 그 인간은 꽝이다. 고참과의 인간관계도 잘 형성되지 않는다. 그런데 애인이 있거나 얘기 할 줄 아는 친구는 벌써 사람 내음이 나고 그렇게 고참에게도 하나의 인간(?)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연애에 대한 이론 ,,, 그런 것 필요 없다. 연애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게 ~ 산다는 건 그저 그런 '얘기 과정'일 뿐이겠지. 

얘기꺼리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고참을 즐겁게 해주는 능력, 그것이 팔리는 책을 쓰는 저자와 안 팔리는 저자의 차이점이겠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