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신도시를 지나며’

-한국 / 한국인 어디로 갈 것인가?-

- 김용희-

구리를 지나다보면 이전에 비닐하우스로 버려진 듯한 땅이 콤펙트 아파트로 변모되어가고 있다. ‘콤팩트시티(Compact City)’와 ‘콤팩트주거시티(Compact Living City)’와는 다른 개념이다. 전자는 공간효율성의 개념으로 인식되는 반면 후자는 주거열악 신도시로 인식된다. 교통망도 부족한 곳에 소형아파트를 건너 집 거실이 들여다 보일정도로 밀집해서 지어댄다는 것, 한국에서 도시 개발은 아파트의 성장, 그리고 서울 강북 외곽지역의 개발은 주거 지역의 확산으로 인식된다. 나아가서는 때로는 인간창고(Human Depot)의 개념으로 인식된다. 자연과 환경이 어우러지거나 바람 길이 통하지 않는다. 지하주차장 높이가 낮아 택배기사들이 진입하지 못해 뉴스 꺼리가 한참 되었던 곳이 다산신도시다. 그 옆 별내신도시 또한 교통망이 형성되지 않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단순히 주택수의 공급에만 초점을 맞추는 도시행정 도시개발이 매우 안타깝다.

강북은 (노동)인간저장소(?)가 아니다. 강북지역도 도시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타 지역으로 출근하기 위한 베드타운(bed town)이 아니라 타 지역에서 찾아오는 업무중심지(Business Center)로 변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지역(다산신도시)은 주거지로 개발될 것이 아니라 첨단 산업단지 혹은 4차산업 관련 시설들이 입지해야했었다. 강북, 아니 수도권 북동지역 개발은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접근되어야 했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 서울에서 재정 자립도가 가장 낮고 자체고용률은 타 지역에 대비하여 월등히 낮다. 즉 이 지역은 도심으로 출근하는 인구가 잠을 자기위해 들어오는 곳이다. 파주에는 출판단지가 있어 자체적으로 고용을 창출한다. 수도권 북동지역 중 포천은 개발유도권역으로 공장밀집지역이 무계획적으로 확신되었다. 강북 혹은 수도권 북동지역의 개발을 위해서는 이 지역이 지금처럼 도심 혹은 강남권의 개발에 따른 배후지의 역할, 배드타운의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대안(代案)이라면 현재 ‘도봉 면허시험장과 창동 차량기지’의 연계개발의 논의에 있어서 이곳을 콤팩드 업무지역(Compact Business Center)으로 개발해야 한다. 교통망의 문제나 주변시설과 연관성에서 입지효율성의 문제가 있겠지만 이곳에 123 빌딩 같은 시설이 개발되면서 인구유입시설이 입주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4차 산업과 관련된 고용유발시설로 개발되거나 웹툰, 컴퓨터 공학, 생명공학관련 시설이 입주되어야 한다. 이 지역이 서울의 대표적 낙후지역 혹은 서민지역이라는 이미지를 씻기 위해서는 균형적 공간개발정책이 논의 되어야 한다. 이런 시설이 입주할 수 있도록 국가는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입주기업에 대폭 혜택을 주어야 한다. 지금처럼 이지역세 지엽적인 기념사업과 문화시설, 복지시설만 만들어서는 미래가 없다. 

왜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느냐하면 다산(茶山)의 사상과 관련하여 다산이라면 이런 강북의 모습을 어떻게 봤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다산 신도시, 다산에게 물어보면 어쩌면 “참 슬프다”고 할지도 모른다. 이곳의 신도시 이름이 다산신도시가 된 것은 양주군 두물머리 주변 다산 생가와 관련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다산의 사상은 참으로 연구가치가 높다고 보여진다. 다산은 우리에게 충분히 연구되거나 소개되지 않고 있다. 우리가 그를 실학사상(實學思想)을 주장한 학자쯤으로 알지만 그는 조선말의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살아낸 사람이고 학문의 실용성을 철저히 강조한 분이다.

지금은 서양사상이 주류사상을 이루고 있고 서양철학이 주류철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양철학이 동양철학보다 관심을 높게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서양이 사실상 동양보다 과학이나 인간에 대한 이해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 반영으로 보인다. 물론 이 런 논조는 전혀 일반적인 것은 아닐 수 있다. 동양사상의 심오함이나 우주적 관념적 깊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현재 세계의 힘의 논리 지배구조와 관련하여 보면 부정하기도 어렵다. 아편전쟁으로 중화민국이 영국에게 무참히 무릎을 꿇은 이후 중국은 사상에서부터 시작하여 서양에 대한 인식을 다시 시작하였고, 그 원인 파악에 주력할 수 밖에 없었다. 단적으로 말하면 서양은 실용적이고 경험적익고 사실적이지만 동양은 관념적이고 가치지향적이다. 서양은 인간본질에 대한 시각에서 ‘있는 그대’의 인간을 보았고 동양은 사람을 ‘가치론적’으로 보았다. ‘사람은 사실적으로 이렇다’와 ‘사람은 가치론적으로 이래야한다’의 차이가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서양은 ‘사람은 이렇게 때문에 이렇게 해야한다’로 출발이 가능하지만 동양은 ‘사람이 금수가 아닌 이상 이래야한다’는 것에 머물러 버린 것이다. 서양에서는 사람의 감정과 욕망을 본다. 스피노자, 하이데거, 들뢰즈, 니체... 그렇게 서양철학자들은 사람은 ‘욕망하는 존재(Desire Being)’로 보았다, 그리하여 그 욕망을 어떻게 하면 가장 이상적으로 배합시킬 것인가를 연구한 이가 칼 맑스의 사상일게다. 그러나 동양은 명분, 가치, 도리... 이런 것을 따지다 보니 신분의 차별, 직업의 차별이 발생하였고 역사적 발전 과학적 발전은 속도를 내지 못하였다.

다산은 주역, 사주, 운명 이런 것부터 인정하지 않는다. 하늘의 뜻을 받들어 ‘위로는 천을 아래로는 인간을’ 이라는 하이어라키(Hierarchy)를 전제하지 않는다. 동양은 하늘(天)의 뜻을 밝혀서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정도요 바른정치다. 천자 나라님 양반 상인 사농공상... 이런 사대적 계급적 의식은 이런 시각에서부터 나왔다. 물론 동양에도 패도정치, 역성혁명, 동학(東學)사상, 홍익(弘益)사상 등이 없는 것을 아니었지만 주류가 되지 못하였다. 서양은 천부인권, 계몽사상으로 산업혁명기에 자유혁명을 통하여 ‘인간이 목적’이 되었고, 신분이나 계급이나 가치가 실리와 현실에 뒤질 수밖에 없었다.

다산은 강진에서 유배하던 18년동안 윤두수(尹斗壽) 혹은 윤선도(尹善道)의 서재에서 천여권의 책을 읽은 이유도 있겠지만 국가의 장래를 바라보고 현실을 파악한 선각자적 시각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 그는 백성들이 명분 신분 그런 것들에 어떻게 눌려 살아왔는지를 보았고, 이런 사회가 얼마나 허구적인 가를 보았다. 그가 당시 서양철학에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욕망 하는 존재’라고 인식한 것은 서양의 전체 철학사를 통틀어 밝혀낸 시각과 다름 아니다. 이런 사상을 바탕으로 경세치용(經世致用), 실사구시(實事求是)... 청나라의 문물도 숭상하여야하고 일본이나 왜구도 오랑캐이기 이전에 그들의 실용성 과학성을 받아들여야한다는 인식이 그의 근본 사상이었다. 이미 사라진 명나라에 대한 사대주의, 조선의 낡은 관념주의 가치주의는 사실상 기득권세력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들여 붙들고 있던 사상이었다. 그들에게 지위고하 노비와 농민 양반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사상은 절대 수용할 수 없는 무언의 혁명적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의식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강북과 서울북동권은 강남 혹은 도심의 아류로 보는 시각이 다산 신도시에서, 별내신도시에서 실현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산 신도시를 ‘다산’이란 이름을 붙인 것을 여유당(다산)이 알면 과연 그는 어떻게 얘기 할까? 실용성의 측면에서 그리고 역사적 주인의식에서 본다면 당연히 이곳에는 무공해 고용시설이 입지해야 한다. 주거지가 아니다. 만일에 주거지라면 교외의 특성을 살려 전원도시(Garden City)로 개발하여야 한다. 숨이 막힐 정도의 소형주택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만들어 인구수용소(?)가 되면 이곳은 앞으로도 희망이 없다.  

강북, 도봉, 노원 구청장, 경기도지사, 관련 의회...이 지역의 국회의원들은 이제 큰 그림을 제시해야한다. 수도권의 균형발전은 국가를 위해서도 수도권공간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강남의 집값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단다. 그곳은 그들만의 커뮤니티 공간이 형성되는 곳이기 때문이며 특권층은 더욱 공고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1500조,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떠도는 단기부동자금 1070조, 기업유보금 880조,,, 양극화는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그것이 공간적으로 지금 수도권에서 펼쳐지고 있는 곳이 별내시도시와 다신신도시이다.

신분의 차이, 경제적 능력의 차이가 공간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곳이 강남과 비강남,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현상이다. 문정부는 80만명의 공공부분 인력채용을 확대한다고 한다. 평균급여를 5천만원으로 계산하면 년40조이다. 5년의 임기동안이면 200조이다. MB정부의 사대강사업이 약 20조, 사대강은 아니면 다시 걷어내면 된다. 그러나 채용한 공무원은 해고 시키지 못한다. 다산은 ‘경세유표(經世遺表)’에서 부유하고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기구를 어떻게 축소해서 공직자 나리들의 숫자를 줄이고 행정 효율성을 높일지를 연구했다. 공무원이 뛰어다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집배원과 구급대원을 제외하고는, 기업을 가보라. 1981년 미테랑(Francois Mitterrand) 정부의 사회주의 노선은 지금의 우리정부의 판박이란다. 최저임금 인상, 공무원 20만명 채용, 노조 경영참가... 그리고 그는 2년후 사회주의를 완전히 포기하였다.

지난 1년 영국의 주요한 부동산전문지가 조사한 43개국의 상위주택 5%주택의 주택가격상승률은 우리나라는 24.5%, 대상국가 평균은 4.7% 다른 나라에 비해 서울 고급주택은 5배 더 올랐다. 문정부의 주택정책은 실패다, 현재까지는. 그것은 양극화의 결과요 그것이 공간적으로 나타난 것이 강남과 강북,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다. 지난 1년 동안 서울의 주택가격은 채당 1억 올랐다. 평균 주택가격 7억, 그것은 일반적으로 일인당 가처분소득 1700달러, 평균 가구당 생활비 280만원을 가정하면 연간 저축액인 2000만으로 30년을 모야야 한다. 이런 정책이 올바른 정책인가? 집이 없는데 출산률이 높아질 것인가. 중소기업이 고용률의 90%프로를 차지한다.

‘실용성’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지금 이 시점에서 다산을 다시 음미해 볼 때다. 국가의 장기적 흐름에 대한 철학이 필요하다, 다산이 지금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