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



모 방속국의 동학농민혁명을 그리 드라마. 그런데 시작도 전에 벌써 그 구도가 의심스럽다. 아니 걱정스럽다. 역사물을 제작할 때는 역사의식과 공공매스콤의 사명의식이 최소한 전제되어야 할게다. 시청률은 자본주의 나침판이긴 하지만 역사물이 잘못가면 방송의 상업적 야욕을 위해 민족과 국가의 자존심 자긍심 긍지까지 이용해서 장사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드라마 중 백가(박혁권)네의 백이강(조정석) 백이현(윤시윤) 형제는 동학과 비동학으로 나뉘어 싸운단다. 백이강은 백가 부인의 몸종과 백가 사이의 아들이며 백이현(적자)의 길을 닦는 길잡이 노릇이란다. 그런데 그가 동학혁명군이 된다는 구도는 벌써 사회의 이단아, 여분의 인간, 소외되고 핍박받고 갈곳없는 인생들이 동학군이 되었다는 밑자라를 깔고 있다.

출발부터가 불량선인이다. 사회에서 밀려난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동학이라고 하더라도 동학의 정신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리 접근할 것이 아니다. 동학의 정신, 우리민족의 그 숭고한 정신, 프랑스 혁명 영국 혁명의 정신과 비교되면서 접근되어야지 내몰린 이들의 불가피한 반항으로만 그려진다면 동학 본래의 가치와 정신은 훼손되고 말리라.

동학은 인내천(人乃天)이자 사인여천(事人如天)이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 라는 이념에서 출발한다. 쥐가 고양이에게 덤비듯 어쩔 수 없이 막다른 지경에 내몰린 민초들의 단순한 반란이 아니다. 동학정신이야말로 인권의 최고봉이다. 하늘과 인간이 종적관계인 서양의 천부인권이 아니라 평등관계인 인내천이다.

그리고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백이현이라는 친구의 역할이다. 그는 제도권 권력층의 상징적 인물이며 개화기의 선각자로 그려진단다. 일본유학을 하고 메이지 유신을 신봉하고 신문물을 익힌 귀공자이자 도련님이자 시대의 선각자로 캐릭터를 몰아갈 모양인데, 그러나 그를 통해 일본이 닮고자 하는 나라, 개화된 나라,추종하고 싶은 나라로 묘사된다면 이것은 동학정신을 거꾸로 해석하여 우리민족의 자부심인 동학의 정신을 일본정신에 복속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리라. 개화기의 신 문물을 익힌 그리고 개혁의 필요성을 선각한 인물로 그려서 당시 일본을 닮지 못한 우리민족의 아둔함과 미개를 오히려 반증하려 든다면 이것은 매국적 드라마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일본 친화적 사상을 은연 중에 강요하고 일본이 신문물의 선진국이라는 의식을 우리의 무의식속으로 밀어 넣는 아주 묵직한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지는 않았더라도 그 결과는 그리 될수도 있으리라.

어디 일본이 닮을 대상인가. 신문물은 닮고 속히 익힐 대상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신문물을 먼저 체득한 그들까지 닮고자하거나 그들과 동일시한다면 우리가 일본에게 먹힌, 그리고 그러한 일본에게 길을 열어준, 아니 동학을 궤멸시키기위해 일본 군대를 불러 들여 안방을 내어주고 입궁을 시켜주고 나라를 통째로 넘긴 조정에 대해 면제부를 넘어 찬양을 해대는 꼴이 되리라.

역사 드라마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의미와 정신이다. 세계사에서 유래가 없는 최고의 인권의식, 이러한 정신으로 봉기한 동학군을 진압하려 외국의 군대를 불러들여 국권을 빼잇긴, 결국 국대까지 해산당한 그 극단적 이기적 판단으로 자멸한 우둔한 조정을 그려야한다.

당시 이런 조정이 국권을 되살리기위해 안간 힘을 쓰는 지도자로 묘사되고 그들의 고뇌와 눈물만을 보여준다면 악어의 눈물을 사슴의 눈물로 둔갑하여 보여주는 묘한 드라마가 되리라.

지금 남북분단이 어디서 사작되었느가? 한번도 싸워보지도 못하고 군대를 해산당한 원인 제공자는 누구인가? 임진왜란 때 배 12척으로 지켜낸 나라 아닌가?

송자인(한예리)과 백이강의 사랑은 또 시청률을 위한 것일터, 어차피 본 드라마는 백이강의 삶을 시청자의 삶에 투영시킬 목적이고 그가 나누는 사랑의 이야기로 시청자를 위로하고자 하는 것,그것은 시청률 게임이다. 그렇게 시청자 서민은 위로 받고 시청률을 올려주고 방송국은 상업성을 달성하고, 그런 구조가 자본주의 사회다.

그 당시 집권층의 표상 백이현이 잘먹고 잘살고 사랑까지 혼자 해대면 누가 그 드라마를 볼까. 여하튼 동학이라는 민족적 자존심이 상업물로 전락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가 되지 않기를 희망해본다.

‘녹두꽃’ 또 감상과 복잡한 인간 심리와 보편적 시비론과 상황론에 빠져 민족적 자각을 흐려놓는 역사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상업성에 민족의 자존심을 팔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