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과 신사'  1983

대학을 졸업하던 시절 암울했던 제 2군부의 '서울의 봄'시절 쯤의 영화다. .

이런 영화를 보며 낭만과 격조와 감상의 씨앗을 심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삶도 운명도 엉켜버린 시기쯤의 영화다. 그 시절의 흐린기억은 하나의 슬픈 고백이되어 40년을 훌쩍 너머 왔다. 이제는 늙어버린  그래도 멋있는 중년이 된 리차드 기어, 레드라 핑거 주연의 영화다

기어, 어린시절의  불우함을 극복해내고, 아니지 이런  통속적 서술보다는, 어린 아이에게 다가선 차가운 현실이 감정도 온기도 제거 해린 리차드, 그는 처음부터 사생아로 태어났고 얘비로 부터 버림받은 그의 엄마도 자살했다. 

공군사관생이 되기위해 대학졸업 후 사관학교에 입학하면서 차츰 드디어 우정과 배려와 나눔과 내어줌을 배워간다, 군내에서도 군수품 뒷거래로 돈을 만들던 그는 친구 데이빗의 우정과 잠시의 휴가에서 사귄 연인 데브라 윙거의 사랑의 힘으로 드디어 인간(?) 즉 신사가 되어간다.

영화줄거리는 생락하고...규율로 지탱하는 기계식 사회 군대, 그러나 그곳도 인간이 사는 곳이라 감성과 우정이 공존하는 인간들로 구성된 곳이라 규율보다는 시람, 그리고 진심, 획일적 잣대가 아닌 개개인의 상황을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 가장 강력한 군조직에서도 피어나는 이런 인간애에 관한 얘기다. 교육생 하나하나를 사랑의 눈으로 볼것인가? 아님 규율과 원칙과 군법만을 따를것인가?  명화들의 주제가 대부분 그렇듯 삶의 진정성과 사랑의 가치성에 관한 주제들이 이 영화도 이끌어 간다. 리차드의 친구인 데이빗의 여친은  공군장교의 마눌이 되려는 꿈으로 그 남친의 아이를 임신 했다고 전하고. 그 여친의 임신소식에 갈등하다 순간의 실수로 훈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는 자퇴당하게 되는데... 그러나 그녀의  사랑을 믿고 찾아온 그를 그녀는 차갑게 거절해버린다. "널 사랑한 것이 아니라 너의 미래, 파일럿 장교를 사랑했었다"고. 그렇게 무너진 그 남자의 순정은 되돌려받은 반지를 삼킨 채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한다.

리치드는 애시당초 '사랑따윈'하지않고 연애만 하기로 했던 여친 핑거와의 관계에서 사랑 같은 것 쯤이야  절박한 삶에서 한갖 사치품쯤으로 여기다가, 그렇게 계약연애 처럼 시작하였으나, 하지만 어디 사람일이라는게 그렇던가? 감정이란게 계약관계로 연결되는 것이 아닐진데...

진심으로 다가온 그녀의 사랑을 기어도 결국은  받아주는...그래서 백마 탄 왕자처럼 그녀의 근무지로 찾아가 여친을 데려오는 하얀제복의 뒷 모습으로 영화는 끝난다.

여기도 섬세함이 흐른다. 주말 리차드에게 걸었던 여친의 전화 데이트 제안이 거절 당하던 날 그 에게로 달려가고 픈 그녀를 눈물로 만류하는 엄마. 거부하는 남친을 찾아가서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어머니의 말씀은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게! 식은 사랑이 찾아 온것처럼 귀찮니즘도 없겠다. 해서 쿨하게 가슴 반쪽을 잘라내면서 끝내야 하는 것이 통상적익 깔끔한? 사랑의 이별방식 아니던가. 

그렇지 않고 매달리면 더욱 구차해지고 초라해지는 걸. 김춰도 감출 수 없는 것이 재채기듯 식어버린 사랑은 숨겨지지 않는다. 때문에 그녀도 다른 장교를 만나며 감정을 추스려 가던 때, 임관후  찾아온 리차드의 선택으로 사랑은 다시 시작된다. 만일 기어의 여친이 이웃 커플처럼 아이로 얽어매려 했거나 혹은 울며불며 집착 했거나, 아니면 저주와 욕설로 퍼다 부엇다면 그 관계는 영원히 단절되었을 테다.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훈련교관의 그 엄격주의에 거칠게 반항하고 차라리 마지막 이지만 자퇴를 선택하겠다는 그에게 교관의 마지막 배려는  훈련교관과 생도 리차드  둘이 죽도록 쌈박질 해는 것, 그렇게 사나이 대 사사이로 풀어내는 설정도 멋지다.

명화가 명화인 이유가 무엇일까? 폭력만이 주제라면 그런 영화는 일시적 관객몰이는 해도 명화는 되지 못하리라. 인간의 심리구조와 갈등, 갈증을 참으로 섬세하게 그려내는 영화들...

지난 주의 영화는 실연당한 여인들의 갈등과 공허를 그려낸 반면 이번 주는 사회적 출세욕이 아니라 사랑의 진정성이 어떻게 인간을 변화시켜가는 가를 보여주었다.

아마도 그것은 영원한 진리일게다. 주례사가 식상하게도 늘 그렇지만 조건과 환경이 아니라 진심! 그것이 사랑의 조건 맞다. 그러나 그 진심도 어느 정도는 격이 맞고 소양이 갖춰진 이들 사이에서 말이다.

잠시 스쳐가는 인연이라 해도 잠시 스쳐가는 시간의 갈증에 목이 마른다 해도, 그런 슬픈 인연에 안따까워도 부딛혀서 깨어지더라도 기회도 잃어버린 절망보다는 낫겠다.

조건을 무시하는 유치한 사랑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의 외적 조건도 결국 그것만으로는 온전해 질 수 없다는 사랑의 조건을 늘 영화는 전하고 있다.

사랑의 결실은 절대 쉽지 않을 것. 그렁저렁 통하는 이들 끼리 만나 배려하며 소통하며 최소의 신의를 가지고 그렇게 만들어 가는것.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진심과 진정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 젊은 날의 로맨스 영화다.

삶이 흐른다. 기어도 벌써 70세,  삶은 그렇게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