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꿈이야기 (경쟁력) 서사대 문창과
  • 국가(교육부) 지원사업 선정
레이어팝업 닫기
  • 2020 꿈이야기 (경쟁력) 서사대 문창과
  • 국가(교육부) 지원사업 선정
  • 입학생 무료 도서증정
레이어팝업 닫기

입학 상담전화

02 - 944 - 5000 평일 : 09:00~21:00 / 토,일 : 09:00~18:00

교수동정

문예창작학과 카카오톡 문예창작학과 페이스북 문예창작학과 트위터 문예창작학과 카카오스토리 서울사이버대학교 네이버밴드 현재 페이지 인쇄
게시판 내용보기
[문학공간] 누가 뭐래도_김용희 교수님 (2019년 4월)
글쓴이 운영자 작성일 2019.06.25 조회수 270

‘ 누가 뭐래도 ’
- 26년만의 데이트 - 


 

작은 녀석 숙제란다. 상담심리학과 4학년. 가족과의 하루를 레포트로 내랬단다. 일반적 상담 실제 기록을 내든지,
여러 가지 종류 중 '아비와의 하루'를 레포트로 선택한 작은 녀석에 고맙다. 아마도 지난번 애비가 강제 준비한 고종 사촌들과의 대학로에서의 저녁식사가 좋았나보다. 귀찮다고 했었지만,
그녀석 운전을 시켜 앙평 집에 갔다.
딱히 할일도 없다. 잡초 뽑고 담장에 풀 뜯고 화단정리하고, 나만 혼자 얘기한다. 저는 보고서 낼 사진이나 찍고. 나도 그랬었다. 아부지와 앉으면 할 얘기가 없었다. 어색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래도 그 친구 날 졸졸 따라 다닌다. 풀 뜯으면 따라하고 화초에 물주면 따라하고, 대문을 고정시키는 지지대 밑 홈 주변에 늘 잡초가 많이 나 세멘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오늘 녀석과 같이 온 김에 하기로 했다. 다시 양평시내를 가서 시멘트 한 포대 4500원 사고 마트에 들러 수박반통, 콜라하나 그리고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들고 먹으며왔다. 오는 길에 나무시장에 들러 지난봄 심은 감나무가 싹이 나지 않아 하나 더 구입해왔다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서둘러 나무를 심고 시멘트 작업을 끝냈다. 열심히 같이 했다
작업을 다 끝내고 또 인정사진 하나 찍고... 오전에 양평 가는 동안에는 아빠의 가족사에 대해 물었었다. 관심도 없는 것 같더니, 사촌들에 대해 다시 얘기 해줬다.
돌아오는 길, 저녁은 해장국이 어떠냐한다. 이전에 오래전에 양평에 애들과 같이 갈 때마다 먹었던 기억인가보다. 전주한정식에서 한식을 먹었다. 양이 많다. 저녁 먹고 귀경 길, 녀석은 운전하고 난 시(詩)라는 걸 써 봤다. 

  

"어둑해지는 거리
차랑들 꽁무니에 달린 네온만 붉다
어디를 왜 저리도 서둘러들 갈까?
바삐 갈 이유도 모르면서... 등등"

 

읽어 줬더니 시평이 재밌다. 내 시가 잘못됐단다. 귀경길 차량들이 같은 길을 가지만 다 흩어져 각자 갈 곳을 가는데 초점을 맞추란다. 난 왜 저토록 열심히들 달려갈까를 생각했는데, 이 녀석은 같은 길을 가지만 헤어짐 생각하나 보다.
26년만의 아들과의 데이트. 그렇게 하루가 갔다. 불안정속의 안정 같은. 군대얘기도 하고, 가족얘기도 하고 ...
큰 녀석이 카톡으로 용문산 정상에서 사진을 보내왔다. 그래 가족이란 게 그런 건가보다. '의미 없는 나눔이 가장 의미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게 가족이며 ‘사는 일’ 아닐까. 오늘 하루는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행복한 날인지도 모른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 이런 장면에 나온다. 과거로 돌아가 다시 꼭 하루만 살 수 있다면 어떤 날을 선택하겠냐고, 그 아들이 선택한 날은 대학합격한 날도, 집 산 날도, 승진하거거나 상 받은 날도 아니다. 어릴적 해변에서 아빠하고의 하루였다. 탁구도 치고 이런 저런 놀이하면서 지낸...)
그 담날 작은 녀석에게서 숙제 보충 주문을 보내 왔다. 아래 질문에 답해 달란다  

 

아부지 이거 세개만 간단히 답변 좀 부탁드립니당 ~
1.아들들에게 바라는 점
2.인생의 낙을 한가지 꼽으라면?
3.현재의 목표
..
아 그리구 어제 양평갔다 온 소감도 ㅋㅋ ~ 

 

이렇게 적어 보내줬다
 

1. 아들에게 바라는 점
. 성공적인 삶은 그날 그날 주어진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결과적으로 성공적이고 후회없는 삶이 될 것임
. 늘 운동을 게을리 말고 몸의 건강부터 관리하면서
. 자긍심을 가지고 그러나 항상 겸손하게, 상대방을 늘 배려하는 따스한 마음을 가지고
. 낙심되고 어려울 때 그것을 극복해 내는 것이 의미 있음. 어렵지 않는 삶은 없음.
2 인생의 낙 한 가지만
. 자식들이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을 보는 것
3. 현재의 목표
.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지내는 것
4. 양평소감
. 좋은 봄날 아들하고 같이 보내서 참~ 좋았다. 이런 숙제 가끔 했으면 좋겠다
. 운전하고 일하느라 수고 했다. 가끔 친구들 데려오면 밥 사준다 ...
이리 쓰면 되냐? 알아서 고치든지~  

 

미국법정, 나이 지긋한 판사가 속도위반 자가용차량 운전자를 재판하고 있었다. 운전자는 "속도제한을 몰랐다"고, 그저 앞차 속도를 따라가고 있었을 뿐이라고 변론한다. 판사는 “운전시험 볼 때 지방도로 속도제한 얼마인지 공부하지 않았냐?"고,
그리고는 최종 판결을 앞두고 방청 나온 가족을 부른다. 부인 또한 “과속인 줄 몰랐다”고. 마지막으로 그 댁 아이를 재판정 위로 올라오게 해서 물어 본다. "아빠가 유죄냐 무죄냐?" 초등학생 아들이 “유죄”라고 답한다. 법정이 온통 웃음바다가 된다.
법정에서 이런 여유로운 판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 그것은 여유 있는 사회의 증거 같다.
결국 판사는 무죄를 선고 한다. 이유는 “정직한 아들을 키웠기 때문”이란다.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 모습, 그 수고, 그 아름다움이 교통과속정도의 위반은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소중하고 사회적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는 의미 일게다.
그건~ 그 판사의 삶이, 살아온 세월이, 사회를 보는 눈이,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때문 일게다. 연륜에서 생겨나는 삶에 대한 직관 같은 것. 

 

가족이 가장 소중한 가치이다. 그건 마르셀(Gabriel Marcel)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존재가 드러나는 장소'가 가족이기 때문이다. 하늘이 주신 가장 소중한 가치, 이해관계를 떠나 타인을 위해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곳, 그러게 '가족 간의 나눔 이상이하도 아닌게 살아가는 일' 같기도 하다. 혼자 사는 이들, 그들은 사랑받을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랑줄 곳이 없어서 슬픈게다. 사랑을 줄 곳이 있는 것, 사랑을 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사랑받는 것도 그렇지만 줄 수 있는 축복이 더 온전할 수도 있겠다. 

 

어느 가수의 노래처럼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은 알게 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사랑이야 말로 숲이 되고 메아리가 된다"고, 누가뭐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