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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공간] 애정과 야망사이_김용희 교수님 (2019년 3월)
글쓴이 운영자 작성일 2019.06.25 조회수 299

애정과 야망사이
- 토요드라마 ‘신과의 약속’ - 


 

지난 2월에 종영된 토요드라마 '신과의 약속'
요즘 무슨 '신(God)' 이라는 단어는 너무 남발되는 것 같아서, 개념정의 되지 않은, 할 수 없는 단어를 너무 상용화, 아니 상술화 하는 것 같아서, 남겨두어야 할 미지의 땅을 넘 휴지조각처럼 사용하는 것 같아서 좀 거시기(?)하지만 양평, 그 익숙한 자연이 쉬고 있는 곳이 또 나오기에 ...
열려진 자연, 먼 시야, 강 산 들 농가주택, 산기슭에 흩어진 전원주택들, 이 드라마가 도시와 시골, 자연과 인간사회를 대비시킨 것도 의도가 있겠다. 재벌이 자연에 살고 작가가 도시에 사는 컨셉은 본 일이 없다. 여리고 순수하고 정깊고... 그런 사람내음 나는 이들은 통상적으로 자연 속에 산다. 

 

여기도 늘 그렇듯 인간의 욕망, 그리고 삶의 왜곡된 지점에서 얽혀버린 가냘프고 애틋한 인연들이 등장한다.
본 드라마의 주제는 아마도 ‘끝없는 인간애’다. 아직 어린 녀석들 까지도 키워준 부모의 헌신을 먼저 생각하는 가족 간의 지극한 보살핌과 배려를 기본적 주제로 끌고 간다. 박근형(천지그룹회장)과 강부자 노익장들의 깊은 표정연기가 드라마의 깊이를 더하고 한 채영(서지영 분)의 꿈꾸는 듯한 눈빛 연기가 환타직한 맛을 더한다.
뒤엉킨 운명에 끝까지 맞서는 꼬인 삶을 어떻게든 인간애로 풀어가려는, 욕망의 끌림으로 다투면서도 정 앞에서는 멈추는 설정들이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회적 틀을 먼저 전제하는 것 같아 나름 선한 드라마라는 인식도 든다. 본 드라마는 아무래도 ‘욕망과 애정사이’가 주제 같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정, 가족 간의 정, 그건 애정의 문제다, 그러나 여기에 근본도 없이 등장한 그래서 온갖 의도된 술수를 부려 중간에 끼워든 그 집 며느리 오윤아의 욕망이 겹치면서 애정과 욕망사이 양끝을 드라마는 교모하게 줄다리기해 간다. 남의 자식이라도 그게 자기 자식인양 키워내는 오윤아(우나경 분)의 삶은 불임여자의 한을 권력이라는 야망을 향한 몰입으로 보상받으려는 안타까움이기 이전에 처절한 삶의 구조요 이유인 ‘체험 삶의 현장’이다.

 

야망, 욕망, 돈, 지위, 명예... 그것들을 향한 불나방 같은 삶들이 사라질 것들에 대한 허망한 집착으로 그려지는 보편적 드라마들, 그런 설익은 통상적 주제들이 사실은 좀 안타깝다. 삶은  욕망이 본질이고 현실이다. 작가 또한 돈 벌기위해 이런 작품을 쓰는 아주 이율배반적 직업적 상업적 동기에 기인하는 바도 없지 않겠다. 돈이 아니고 명예라도 마찬가지다. 다 같은 욕망일 뿐. 때문에 대부분의 드라마가 선악의 기준으로 접근하는 그 프레임이 어쩌면 좀 못 마땅해보인다. 그건 온전히 시청률을 위한 야합(?) 같은 것일 게다. 인간은 누구나 선하면서도 악하다. 극악, 극선 이런 사람은 정신병환자가 아니고는 없다.  

 

드라마 "신과의 약속", 신과 한 약속이 뭐였나 했더니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어미 한채영의 독백이다. 어미가 자식을 보고 싶은 마음까지도 ‘욕심’이었다고 속죄하고 있는 건데...해서 현실에 자족하는 것, 현실의 만족하는 것, 이만큼이라도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것 ... 생모가 작은 아들을 본 것도 욕심이었다는 어미 한채영의 고백은 우리가 삶 앞에서 얼마나 겸허하고 경건해야 하는가를 되새기게 한다.  

 

인간의 삶은 늘 본 드라마의 흐름처럼 하루하루가 위태롭다. '불확실성(Uncertainty)' 그게 무릇 생물의 본질이다. 인간은 그저 던져진 존재, 그래서 "실존은 본질보다 앞선다"는 사르트르(Jean Paul Sartre)의 말은 옳다. 

 

아이들의 목숨까지 딜(거래)의 소재로 쓰는 며느리의 야망, "믿을 건 나뿐"이라는 뿌리 없는 며느리(오윤아)는 절대 권력의 박건영 회장에게 내걸 거래의 소재로 천지그룹의 존재이유인 아이(손자)들의 목숨까지 거래조건(카드)으로 사용한다. 박근형(그룹회장)은 물러터진 자식과 손자까지 이런 며느리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는, 그래서 "내 손으로 주저 앉혀야한다"는, 야망을 볼 줄 알고 실현한 사람이다. 근데 어쩌면 박근형보다 더 쎈(?) 며느리 오윤아의 야망, 핏줄과 물줄의 차이를 제대로 찝어내는 스토리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실은 이런 정글 맞다. 정글 아니란 분들은 정글에서 살지 않는 행운(?)을 잡았거나 아직 회피하고 살거나...뭣 좀 해보겠다면 정글이다. 그걸 부정하고 박애, 홍익, 자비, 공존... 그런 꿈같은 얘기를 하는 이는 어쩌면 현실도피 혹은 이중플레이어들이다. 

 

자본주의! 약육강식 정글을 수용한다. 그 위에 선 자본주의, 그게 어쩔 수 없는 최고의 선택이다. 사회주의! 그것은 과실을 조금 나누는 선에서 자본주의에 피는 꽃 정도여야 한다. 사회주의(공산주의)가 뿌리가 되면 그 나무는 고사한다. 그렇게 고사된 것이 맑스(Karl Marx)사상이었고, ~해서 ‘애정과 야망사이’ 애정은 선하고 옳고 야망은 틀렸고 악하다는 논리 혹은 암시는 다만 드라마의 시청률을 올리려는 시도 일 뿐 삶은 야망이며 현실이다. 때문에 이 드라마는 재밌다. 잘 만들었다. 사실적이어서, 속이지 않아서, 가식하지 않아서, 외면하지 않아서, 솔직해서 좋다. 생명가지고 '거래(Deal)딜' 하라는 게 아니라, 현실이 삶이 그렇다는 적나라한 표현이다.  

 

질 들레즈(Gilles Deleuze) 말처럼 권력과 욕망을 딛고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위에 서있는 것이 자본주의다. 지금은 식(食)재료 가지고, 아니면 의사들이 자신의 수익을 위해 생명까지 담보하는 세태니 본 드라마가 과한 것도 아니겠다.
고치지 못할 자신 없는 환자라도 일단 붙들고 있는 다수의 병원들, 그들도 별반 다르지 않겠다. 라듐 매트 팔아서 돈 챙기는 매트 사업가, 마케팅 기술 혹은 포장지만 그럴듯하게 만들어 사업하는 생명산업 사업가, 진실로 고객 소비자의 입장에서 직업소명으로 일하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  

 

오윤아가 자식을 키운 이유가 결국 모정 혹은 애정이 아니라 숨은 야망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기증자를 공작해서 취소하게하고 본인이 키운 아이를 소재(?)로 쓰니 모정은 거의 없겠다.
박근형이 세운 천지그룹 또한 성장과정에서 또 하나의 오윤아가 아니었다고 말하긴 어려울 터, 그래서 왕회장(박근형)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며느리 아닌가. 본인을 닮았기에,
그러나 박근형도 핏줄 앞에서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드라마는 인간 본질, 정과 야망의 실체로 접근하긴 한다. 그렇지만 손자사랑 그것 또한 자기존재의 영속을 위한 이지적 욕망의 확대일 수도 있을 뿐...
솔로몬의 판결이 그랬었다. 서로 어미임을 주장하는 두 여인에게 아이를 반으로 나누라 할 때 포기한 이가 어미 맞다고 한 판결, 여기서는 한채영이 꼭 같은 모습을 보인다. “살아만 있게 해달라”고. 그걸 며느리 오윤아는 두세 번씩 역이용하고,
그럼에도 오윤아의 항변과 논리는 또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가진 것 없고 연고 없는 이는 이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 "나를 이용물로만 보는 너희들과 내가 뭐 다를 것이 있느냐"고. 그 능력을 쓰고 하루아침에 버려버리는 너희 기득 보수 소수 집단들도 숯이 검정나무라는 것 아니냐고, 그래서 과히 일방적으로 그녀를 비난하기에도 머뭇거려지게 하는 것이 드라마의 깊이를 더해준다. 

 

피해갈 수 없는 사회구조, 그래도 어디 그런가! 앝은 꾀 없이 조작 없이 선하게 열심히 일하다보면 자타 피차간에 모두 잘되지 않을까? 선이, 정의가 승리하지 않을까? 하기야 그러다가 조광조(趙光祖)되는 꼴도 있으니 어쩌랴?
인간이 목적이 되는 사회, 수단이 되지 않는 사회, 회장이 며느리를 수단으로 삼듯 며느리가 의붓아들을 수단으로 삼는 이런 세상 말고, 진짜 살만한 세상이 있을까?
아마도 있을 거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