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으로 사는 법
- 노비 문서의 소각 -

 

 늘 불안하다. 강박 관념, 뭔가 늘 짓누르고 쫓기고 긴장하고…. 이것이 조울증, 강박증, 조현증, 정서장애, 불안장애… 뭐 그런 것들인가? 정서적으로 좀 편안해지는 법은 없을까? 늘 쫓기는 삶, 스스로 채찍질하는 삶,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일단은 뭐든 열심히 해야 그나마 어느 정도 정서적 안정이 되는…. 

 지각, 결근, 근무지 이탈, 복무규정, 학칙, 규칙, 규범, 관습…. 대부분 그렇게 틀에 갇혀 산다. 한 발짝이라도 헛디디면 그곳은 불량품이 되거나 낭떠러지. 그러다가 교회나 성당이나 절간에 가면 더 착한 사람을 원한다. 영혼까지 맑아야 하고 양심도 속이지 말아야 하고, 그렇게 규범, 제도, 나아가 윤리와 도덕, 종교까지 끝없이 순응하는 인간, 순종하는 인간을 요구한다. 타인이 만들어 준 굴레와 기준을 지키려 무던히 애쓰며 그렇게 노력한다. 그 규범과 기준과 틀이란 것들에 대한 타당성 검증도 물론 남들이 혹은 사회가 해준 대로다. 

 비난과 처벌이 두렵고 칭찬과 보상을 바라며 그렇게 타인의 시각에 자신을 맞춰 사회적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타인보다 우월적 지위를 얻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그렇게 살아간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감을 잃고 낙담하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이런 여건을 탈피하긴 어렵다. 

 한 친구가 있었다. 삶을 어쩌면 뒤집어 보는 친구, 남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세상을 위로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조망하는 눈을 가진 친구, 자신이 봉급생활자이면서 사장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친구. 사장이 직원들을 힘들게 하면 내가 사장이라도 그리했을 것이라고 괜히 쫄거나 주눅 들지 말라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늘 수고에 비해 결과가 큰 것만을 추구하며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 생활하는 친구가 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까? 그 친구는 다양한 직업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교회에 가면 하나님의 말씀을, 절에서는 부처님의 말씀을 전한다. 종교는 윤리 도덕과 사랑을 말하지만 ‘재화는 유한하고 욕망은 무한’하니 인간사는 본질적으로 경쟁과 투쟁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사랑만 주장하다 존재가 소멸한 씨족, 부족 국가가 얼마나 많은데…. 사랑은 이 지점에서 늘 이율배반과 자가당착, 자기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종교가 구호로만 머물 수밖에 없는 내적 한계이며 목사들이 세습하는 이유는 이런 구조를 입증하고 설명해주는 일반적 사례다.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수십 년 돌보다 고국 오스트리아로 돌아가신 두 분 수녀 정도라면 얘기는 다르겠다. 사랑은 그렇게 실천하는 것, 자아가 사라진 자리, 욕망이 소멸한 자리, 그곳이 예수가 계신 곳일 테다. 

 성적을 잘 받으면 칭찬을 듣고 학교와 가정에서 모범생이 되고 그렇게 제도권 내에서 키워져 왔다. 개미는 착하고 베짱이는 나쁘고, 그렇게 휴식이나 놀이는 곧 죄악이란 의식이 은연중 형성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을 일의 노예로, 제도의 노예로, 사회의 노예로 키우는 구조다. 사업가는 실무하지 않는다. 골프 치고 사람 만나고 로비하고, 계약 시 상대의 숨은 의도 파악하고 타인 말 믿지 않고 일단 의심하고, 그래서 어쩌면 착하고 순한 사람 역할, 그게 바보들의 행진이라는 걸 깨달은 사람이다. 

 공부 잘하는 우등생이 기업체나 국가의 최고 결정권자가 되는 것 잘 보지 못했다. 역대 대통령 학력도 그리 좋지 못하다. 우등생은 선생이나 법률가, 의사, 기업 이사, 장관… 정도의 참모 역할이다. 창의적이거나 개척성, 모험성, 독창적… 그런 능력 별로 높지 않다.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일본이 식민사관 심어줄 때, 아니 그 이전 조선 시대 권위주의 틀이 만들어온 상명하복의 주입식 교육 결과다. 어쩌면 신라가 나당 연합군을 만들어 만주벌판 호령하던 고구려를 멸망시킨 다음부터겠다. 그래서 한국식 교육 그것은 어쩌면 노예 교육이다. 생각하는 인간이 아니라 타인의 생각을 습득하는 주입식 교육이다. 토론 수업 하지 않는 결과다. 교회나 사찰이 토론하지 않고 설교 설법만 하는 이유다. 성적이 떨어져도, 공부를 못해도, 조금 방황해도 온전히 사람인데….  

 쓸모없으면 버려지는 사회, 인간이 소재로 키워지는 사회, 가정과 회사에 도움이 되지 못하면 주눅 들고 사직해야 하는, 그렇게 효용성으로 인간은 판단된다. 자본주의의 구조다. 이것을 뒤집으면 사회주의, 나아가서 공산주의 하자는 것이겠다. 이런 이해관계 적용되지 않는 유일한 곳이 가정인데, 때문에 존재가 드러나는 곳이 가정이라는데, 카프카의 변신, 마르셀의 가족 개념….
 그렇게 길러져서 사회로 나왔을 때는 충실한 심부름꾼이 된다, 말 잘 듣는 인간이 된다. 시키는 것을 성실히 수행하는 히틀러 치하의 아이히만 같은 사람이 된다.
 금융과 언론을 지배한 블룸버그는 트럼프보다 10배도 더 부자란다. 금융, 언론… 그것을 서비스업이라 한다, 직접 생산물을 제조하는 사업이 아니다. 그러나 금융이나 유통, 주식 투자자들이 진짜 부자다. 고리대금업자는 무익한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죄와 벌’에서 노파 살해의 대상이 되었는데 현대 사회는 여론을 이끌거나 금융이란 이름의 대부업자들이 거부로 탄생한다. 

 현명하게 사는 법이 무엇일까? 세상의 지배자는 아니라도 최소한도 타인의 의도대로 살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삶의 여유 공간을 보는 방법, 스스로 의식과 인식과 관념으로 바라보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러니까 자신을 자꾸만 채찍질하지 말자는 것, 노는 것 즐기는 것이 범죄가 아니라는 것, 일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놀기 위해서 일도 하는 것, 일도 재미로 해보자는 것, 근면하고 성실하기만 한 것처럼 스스로 노예로 만들어 가는 지름길도 없다는 것,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가 베스트셀러인 이유인 것. 노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그것은 바보 되기에 십상이라는 것이 서양 속담이다. 

 잘못도 좀 저지르고 살자. 남에게 불편을 주기도 하고 지각, 결근도 하고 근무지 이탈도 하고….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면 남의 음식을 훔치기도 하는 것, 추우면 목각 부처상도 난방으로 사용해도 되는 것. 지혜롭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타인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 게임 이론으로 사유하는 것, 내가 주인이라는 입장에서 무엇이든 판단하는 것, 제도에 나를 맞추지 말고 그 제도를 이용할 줄 아는 것, 그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사유의 틀을 벗어나서 종교적 시각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한바탕 꿈이라는 것, 그래서 너무 올인하지 말라는 것, 삶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러한 욕심, 집착의 허상에 이제 그만 노예가 되자는 것, 이것 개인이 힘드니 이제 교육 시스템 바꿔서 노예 교육 시스템 탈피하자는 것. 

 우리 사회 구조를 이해하고 인간 욕망을 이해하고 그것들을 바깥에서 바라보며 혹은 조망하면서 그렇게 주인으로 살아 볼 일이다. 사회적 제도, 개인적 욕망 그것들은 어쩌면 노비 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