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의 세상살이
- 권력관계의 의미 -

 

 불나방은 ‘불을 찾아 날아드는 나방’이란 뜻이다. 그러나 ‘권력이나 탐욕을 좇는 인간 무리’를 빗대어 하는 말일 수도 있다. 불을 쫓다 불에 타죽는… 그렇게 될 줄 모르고 불로만 뛰어드는 나방~ 

 김정은이 호주머니에 손 넣고 할배 같은 인간들의 보고를 받는 것이 사회적 권력관계다. 그도 트럼프 앞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또 권력관계다. 그건 종교 단체도 마찬가지다. 아니라고 부정하면 그것은 평화를 가장(仮裝, masquerade)한 허구적 관계일지도 모른다. 왜? 가장이란 냉소적 단어를 쓰나? 그것은 교회도 이권 관계로 전환되면 권력관계로 화학적 변화를 보이기 때문이다. 교회의 노회, 총회… 이런 곳에 가보면 안다. 물론 설교나 법문, 성경이나 불경에는 절대 본인들이 권력관계가 아니라고 한다. 그런 힘의 관계는 ‘세상의 것’이라 하면서 경멸하거나 극복의 대상으로 본다. 하지만 실상은 종교 단체도 거의 대부분 이런 권력관계, 이권 관계를 탈피하지 못한다. 한국의 대형 교회가 어쩌면 대부분 그렇고. (세습, 횡령, 가족 경영…. 사찰도 현각 스님은 한국 사찰의 이권놀음, 재산 싸움 역겹다고 떠나버렸다.)
 그런데 그것은 교회나 사찰이 타락하거나 세상이 말세라서가 아니라 그게 인간 본성이기 때문일 게다. 역사상 욕망이 작용하지 않는 시대, 어린아이와 뱀이 같이 노는 시대, 태평성대가 있었나? 한 번도 없었다. 아마도…. 

 인사권, 급여권… 그런 것을 거머쥔 사람을 향해서 어찌 권력관계가 형성되지 않을 수 있으랴? 사람은 돈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물론 여기서 돈은 물질 만능, 탐욕의 대명사로서의 돈이 아니라 생존과 안녕, 즉 최소한도의 존속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돈을 의미한다.
목사도 시무할 자리 구하지 못하면 택시 운전사라도 해야 한다. 어느 지역에는 택시 기사 거의 반이 목사란다. 물론 택시 기사가 낮은 직급의 직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자신의 전공이 아니라도 생계 수단으로 뭐든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세상은 권력관계다. 힘의 관계다. 때문에 이런 권력관계를 제도적으로 제어하고 평등 사회, 인권 사회를 위해, 관계 형성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구상해 낸 것이 법치주의다. 그리고 이에 한발 더 나아가 애당초 권력관계 상하 관계를 말소시키려고 한 시도가 공산 사회주의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모두가 ‘동무’다. 그런데 이렇게 보편적 이상 사회, 평등 사회를 지향한 공산주의가 사실상 동무 사회가 되었나?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왜 이리 권력관계가 될 수밖에 없을까? 그건 생존 경쟁의 법칙 때문이겠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인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법칙으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법칙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체념하며 운명처럼 살아야 할까? 그런데 인간이 인간인 것은 이런 생존 법칙, 약육강식의 법칙을 깨트리려고 수없이 많은 희생을 치르며 투쟁하고 거부하고 반항하고 토론하고…. 그렇게 또 다른 ‘다수라는 이름의 힘’으로 정의(justice)와 공정(i​mpartiality)이라는 주제에 공감하고 동참했기 때문이며 그것이 인간을 위대하게 만든 것 아닌가? 

 결국 권력관계가 아직도 뚜렷한 조직일수록 미개한 국가요, 조직이 아닐까? 공정성, 투명성, 보편성, 민주성… 이런 보편적 기준에서 미흡한 열등한 조직은 동식물 수준의 야만적(?) 조직이며 이런 환경에서도 끝까지 권력의 끝자락이라도 잡아보려는 이들은 거의 동물 수준(?)이 아니겠느냐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도 출세하는 이들은 예민하고 교묘하고 치밀하고 똑똑하다. 사대 사화의 중심에서 살아남은 자들이다. 근대 사회, 현대 우리 사회를 여기까지 끌고 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런 권력관계 바탕의 조직은 그 생명성이 길지 않았다. 진나라, 스파르타…. 

 오늘날 현대 경영학이 내린 결론은, 그리고 체제에 대한 역사 사회학자들의 결론은 비권력 관계로 형성된 조직이 경쟁력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승자가 되었다는 것, 인간적 조직, 따스한 조직, 사람 냄새 나는 휴머니즘 조직이 최종 승자가 된 것이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¹⁾ 와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The Human Equation’, ‘숨겨진 힘, 사람’)²⁾ 교수의 논조의 결론이 그렇다.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정치가, 카멜레온 언론, 조작적 유튜브… 이런 모사꾼들은 오래가지 못한 것 같다.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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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의 미래 정치학자(1952.10.27.) 《역사의 종언과 최후의 인간》(1992), 《트러스트》(1995)
2) 일리노이 대학교와 UC 버클리 대학교수를 역임했으며,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교환 교수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