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게임(영화)
- 대중을 위한 대중의 감상 -

 

 재미있다, 인기 있다 해서 들러 본 ‘어벤져스: 엔드게임’
 러닝타임 3시간이라는데 한 시간 반쯤 보다가 중간에 나왔다. 너무 재미없어서.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다. 황당한 얘기들, 시공간을 오락가락하는 설정, 초인들, 슈퍼맨들이 지구 구하는 얘기. 

 판타지, 호러, SF영화… 요즘 그게 대세라는데. 이런 감각적, 비현실적, 탈세간적 상상의 세계에 왜 그리 열광들 할까? 현실에 대한 절망의 또 다른 표현일까? 출구 전략? 노력해도 이루거나 성취하지 못할 것 같으면 관념적 세상이라도 만들어 그곳에 거주하고픈 욕망? 그것은 다분히 심리적 현상이겠다. 그러니까 집단 우울증 내지는 집단 절망감에 빠졌다는 얘기인가?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총각 바람났네”
 이런 아득한 낭만은 사라지고 이젠 하늘을 날고 벽을 뚫고 다녀야만 그래야지만 관심들을 가지니….
 그런데 삶은 회피한다고 회피되는 것이 아닌데, 술, 마약, 도박… 잠시의 일탈일 뿐 또다시 맞서는 현실은 달아날 곳이 없는데…. 

 이제는 신분 상승이나 기득권 세력으로의 진입이 거의 막힌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부산행’, ‘신과 함께’와 같이 모두 비현실적 퇴폐적(?) 호러물들이고, 이런 콘텐츠가 돈을 벌어준다는 것. 그게 좀 씁쓰레하다. 영화 산업이나 영상 산업에 접근하는 이들이 모두 상업적 측면에 기준을 두니, 또 그럴 수밖에 없으니, 세상은 돈이 힘이니 어쩔 수는 없다. 그런데 아무래도 유럽의 안정된 국가들에서는 이런 콘텐츠들이 그리 인기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이런 영상물들이 꼭 반시대적, 반세태적, 비현실적 절망감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 내재한 환상에 대한 지향성, 이상향에 대한 향수, 현실과는 다른 세계에 대한 탐닉성… 이런 속성과 성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분명히 너무 유치(?)해 보인다. 이런 낙후된 관점을 가진 이가 출판사 사장이었으니 수조 원대의 원고를 거절했겠지만…. 앞으로 다가오는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에는 이런 세계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늘을 나는 인간, 생체 능력이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인간, 시간과 공간이 이제 다소 엉키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니 현실적 망상만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은 들기도 한다.  

 그래도 본 영화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 수긍되는 하나는 가족과 삶, 선에 대한 지향성이 녹아 있기 때문 아닐까? 초원의 큰 느티나무 아래서 가족과 단란한 한때를 보내다가 갑자기 가족들이 사라진 황당한 상황에서 시작되는 초기 화면, 우주 미아가 된 슈트 입은 인간이 부인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 나에게는 당신뿐이었다고, 늘 당신을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그것이 살아낸 이유였다고 ‘마더’라는 영화가 그랬다, 가족애와 폭력…. 

 인순이의 ‘그토록 아름다웠음을’이란 노래는 차화연이 주연한 ‘엄마’란 드라마의 OST다.
 “버티기 힘든 생의 한가운데를 지나 그 어디쯤 가서 만난 어느 봄날의 햇살 같은 그대” 

 누구나의 삶은 전투이자 황량함이자 견디기조차 힘든 삶의 가운데를 지나는 것. 새도 울고 꽃도 피겠지만, 정치인들도 밤새워 난리 거시기하는 것 보면 모두 만만치 않은 것이 사는 것. 할 수만 있다면, 일만 있다면 최선을, 혼신을 다해야 하는 게 우리 살아가는 일. 부족함에 경쟁에 가슴 아프고 졸이며 그래도 가족이 있고 정 둘 곳이 있어 살아 내는 것.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양희은의 노래는 단지 현실의 고단함에 대한 반증이겠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리라 익어가는 것” “당신이 있어 사막이라도 꽃길처럼 걷겠다”는 노사연의 ‘바람’이 외려 우리의 삶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지.


 불러 주는 곳 있고, 갈 곳 있고, 할 일 있고, 만날 친구 있고, 미워하고 위로받을 이웃 있고, 남겨진 오이 조각 하나에도 깊은 따스함 배어 나온다면 누구나의 삶은 ‘이토록 아름다웠음’이 되진 않을지. 영화라는 것도 그 내용보다는 ‘같이 보러 갈 사람 있는 것’ 그게 더 영화 아닐까? 

 미세먼지 없는 것도 감사, 녹음이 짙어서 감사, 날 미워해 주는 직장 동료가 있어 삼갈 수 있어 감사, 남보다 못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니 겸손할 수 있어 감사, 태어난 것 자체가 감사, 해와 달이 하루도 쉬지 않고 주변을 돌아줘서 감사. 별게 다 감사. 그러다가 또 열 받으면? 하나도 안 감사. ㅎ~